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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제 극장에 안 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예요"

입력 2026-01-13 09:57   수정 2026-01-13 10:17

한국영화의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개봉 편수(상업영화, 5대 메이저 투자배급사 ? CJ ENM,롯데 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 작품 기준) 역시 작년보다도 더 큰 폭으로 줄어들어 2026년 개봉이 예정된 한국영화는 총 22편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극장 상영작들 중 해외 작품과 (한국) 독립영화의 비율이 증가하게 된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독립영화의 경우 더 많은 상영관 수, 상영일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25년 역시 <세계의 주인>(윤가은), <3670>(박준호), <여름이 지나가면>(장병기) 등의 독립영화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현상은 올해 더 극명하게 나타날 것이다. 독립영화에겐 어쩌면 올해 한국(상업)영화의 감소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역설적인 산업의 변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독립영화 제작·배급사가 있다. 바로 2017년에 만들어진 ‘필름 다빈’이다. 회사를 만든 백다빈 대표는 대학교 3학년 재학 당시부터 독립 단편 배급을 시작하고 2017년 회사의 설립 당시에도 산업에서 가장 어린 최연소 대표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재 ‘필름 다빈’은 독립영화제작·배급사 인디스토리와 함께 한국독립영화를 대표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 그는 해외 영화 배급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1월에는 씨네큐브와 함께 첫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백다빈 대표와 함께 ‘필름 다빈’의 성장 스토리, 그리고 그가 전망하는 한국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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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전공이 영화 연출이었는데 배급일을 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학교도 졸업 하기 전 이른 나이에 배급사를 시작하지 않았나. ‘필름 다빈’의 시초를 공유해주신다면.

"졸업 작품을 찍기 전 작품에 필요한 제작비를 구하기 위해서 휴학을 했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휴학 기간이 2년으로 길어졌다. 그 시간 동안 동기들, 그리고 영화과 학생들의 단편 배급을 도와주었다. 이런저런 노하우가 생겼고, 점점 (외부에서도) 배급을 요청하는 작품들이 많아지면서 이걸 진짜 직업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연극영화과를 다니긴 했지만, 학교의 커리큘럼으로 배급에 대한 업무를 배울 수는 없지 않은가. 당시 배급 루트와 전반적인 업무를 어떤 과정을 통해 익혔는지 궁금하다.

"본격적으로 배급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17년이다. 사실 그때는 단편 영화만 다뤘을 때라서 거대한 업무 지식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영화과 학생들의 작품들을 배급했을 때 했던 일을 하면 되었다. 다만, 상영회나 기획전을 했을 때 DCP 상영본을 준비한다든지 하는 기술적인 파트는 일을 하면서 배워 나갔다."

▷ 당시의 한국영화 배급상황과 현재는 어떻게 다른가.

"사실 초반에는 한국영화의 배급 상황을 파악할 정도의 넓은 시야를 가진 것이 아니라서 정확히 비교는 힘들겠지만, 가장 극명한 차이는 그때는 단편영화 배급을 하던 회사가 몇 개 없었다는 사실이다. 인디스토리, 센트럴파크, 그리고 필름 다빈 정도였던 것이 현재는 매우 많은 회사들이 단편 영화를 배급하고 있고 시장 역시 넓어졌다. 최근에는 CGV에서 단편 영화를 상영하는 경우도 있고 넷플릭스도 단편 영화들을 스트리밍하고 있지 않은가."

▷ 독립 단편에서 장편으로, 국내 작품에서 해외 작품까지 다빈은 멈춤 없이 확장을 지속해왔다. 최근 해외 작품까지 영역을 넓히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단편 영화는 사실상 (최근에 좀 바뀌는 추세이긴 하지만) 영화제가 시장의 전부다. 영화제에서 선택받지 못하면 단편을 상영할 수 없는 곳이 많지 않다. 사실상 독립 장편도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면 제작도, 개봉도 힘든 시장이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항상 지원 사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 영화 배급으로의 확장은 사실상 원대한 꿈이라기보다 이러한 현실적인 상황이 만들어낸 행보였다. 국가 지원 사업이 아닌, 좀 안정적이고 ‘정상적인’ 수익 구조를 가지고 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해외 작품까지 확장하게 되었다."



▷ 올해 한국영화산업의 전망, 극장의 전망 역시 긍정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대표가 바라보는 올해 영화산업의 전망은 어떤 것이며 배급사로서의 생존 전략이라면 어떤 것일까.

"아무래도 극장과 가깝게 일하다 보니 극장의 전망을 말씀드리자면…사실 난 궁극적으로 좋은 영화에는 사람들이 모인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천만 영화의 시대가 끝났다고 하지만 현재 <주토피아 2>가 800만을 넘기지 않았는가. 여러 가지 요인이 없지 않겠으나 “사람들이 이제 극장에 가지 않는다”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관객층과 소비 패턴이 바뀌었을 뿐이다. 50년 전도 그랬고, 지금도 매력적인 영화는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기사들을 보니 올해 제작배급사들의 모토는 ‘버텨보자’라고 하더라. 나 역시 비슷한 맥락인데 일단 올해만큼은 해 볼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볼 생각이다. 독립 단편과 장편은 물론 해외 작품도 꾸준히 라인업을 만들어 갈 생각이고 조금 더 공격적인 기획전도 해보려고 한다."

▷ 한국 예술영화관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씨네큐브와 단독 기획전을 앞두고 있다. 어떻게 기획된 행사이며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요즘 영화산업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흥미로운 트렌드 중 하나는, (해외) 예술영화의 성공 사례들이다. 미야케 쇼의 <여행과 나날>의 경우 6만명을 향해 가고 있다. 아마 일본 본국보다 한국이 더 많은 관객을 모았을 것이다. 모든 악조건에서도 흥미로운 예술영화들에 관객이 몰린다는 것은 비교적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영화관, 그리고 메이저(롯데, 메가박스, CGV) 극장들까지도 합세해 직접 예술영화들을 큐레이션하고 (수입) 상영하는 ‘기획전’이 늘고 있다. 필름 다빈과 씨네큐브의 협업도 이런 현상 속에서 기획된 행사다. 아직 국내에 공개된 적 없는 미개봉 예술영화들을 보유하고 있었고, 씨네큐브에 다빈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제안 드렸다. 이번 행사에서는 알베르 세라의 두 개 작품을 포함 총 7편이 2주에 걸쳐 상영될 예정이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었던 미국 영화, 이태리 호러 영화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정했다."



▷ 다빈에게는 상징적인 행사인 듯하다.

"매우 그렇다. 이번 행사 전에 회사 로고까지 바꿨을 정도로 최근의 확장, 그리고 이번 기획전까지 필름 다빈의 갖가지 터닝포인트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다."

▷ 앞으로 어떤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는가.

"이번 씨네큐브 기획전에서는 7편만 공개되지만, 현재 필름 다빈이 보유하고 있는(즉, 개봉해야 하는) 작품만 15편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버스터 키튼의 <제너럴>(1926)의 개봉이 있다. 해외 고전의 경우 기획전이나 특별전으로 공개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이번처럼 아예 수입을 해서 개봉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찰리 채플린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면서도 채플린만큼 조명된 바가 없어서 이번 키튼의 작품 공개가 한국에서 어떤 반응을 가질지 궁금하다."

▷ 꼭 해 보고 싶은 기획전이나 배급하고 싶은 작품들이 있는지.

"정말 돈 걱정을 안 하고 살아도 된다면 (웃음) 흥행과 상관없이 신인들의 작품들을 발굴하고, 상영하고 싶다. 알려지지 않은 감독들의 작품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이제껏 아마도 필름 다빈에서 가장 많은 데뷔작들을 배급했을 것이다. 대단한 신념은 아니지만 지켜나가고 싶은 일이기도 하다."

▷ 다소 장엄한 질문이다 (웃음). 필름 다빈은 한국영화(인들), 한국독립영화(인들)에게 어떤 존재로 남고 싶은지.

"한결같이 뭔가 많이 하는 사람? (웃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영화에 투자하고 싶다. 여기서 ‘투자’란 단순히 비용을 말하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의미한다. 영화에 시간과 노력, 그리고 고민과 열정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흔들림 없이 잘 만들어진 좋은 영화를 가져오고, 틀어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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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나고 나니 문득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자 그대로 ‘곡소리’가 터져 나오는 영화산업이지만 뭔가 실마리를 본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다빈의 언급처럼 어쩌면 지금은 하향기가 아닌 새로운 차원으로 가고 있는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기존의 물량 중심의, 포뮬라를 고수하는 영화들이 아닌 작지만 발칙하고, 낯설지만 아름다운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시대가 온 것이 아닐까. 마치 1960년대 말 할리우드의 종말 이후의 영화들이 그랬듯 말이다. 새로운 시대가 꼭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미세한 기대가 생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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