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지 한 개가 손끝 감각을 바꿨다. 국내 연구진이 착용만 하면 가상현실(VR) 안의 물체를 ‘만지고’ ‘누르고’ ‘미는’ 느낌까지 전달하는 초경량 햅틱 장치를 개발했다. 이름은 ‘오리링(OriRing)’. 무게는 단 18g인데 손가락에 최대 6.5N(약 663g 물체를 들어 올리는 힘 수준)의 반발력을 가해 가상 물체의 단단함과 크기를 감각으로 구분할 수 있게 한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선국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이 스위스 로잔공대와 공동으로 레이저 가공된 3축 힘 센서를 개발해 웨어러블 햅틱 장치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햅틱 장치라고 하면 진동이나 온열 자극을 떠올리지만 오리링은 실제 힘과 저항을 건드린다. 손가락 관절 수준에서 힘을 직접 전달하는 운동감각 피드백을 반지 크기로 구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손가락이 가상의 고무 공을 누르는 순간 오리링이 반발력을 주고 딱딱한 벽을 밀면 장치가 버티는 등 양방향 상호작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사용자의 동작이 가상 세계를 바꾸고 그 결과가 다시 촉각으로 돌아오는 루프를 만들었다.
비밀은 3축(상하·좌우·앞뒤) 힘을 감지하는 초소형 센서다. 연구팀은 레이저 가공으로 폴리머 표면에 미세 피라미드 구조를 세우고 이를 2×2 픽셀 형태 센서로 묶었다. 덕분에 기존 장갑형 햅틱 기기보다 훨씬 가볍고 작으면서도 수직·수평 힘을 동시에 측정한다. 센서 하나로 방향과 크기를 읽어내는 방식이라 VR·XR·로봇 인터페이스의 난제였던 ‘힘 센싱을 위한 부피·중량’이 크게 줄었다.
게임과 메타버스 외에도 확장 가능성은 넓다. 재활·의료 분야에서는 손가락 힘 조절이 필요한 환자에게 반응형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고 원격 로봇 조작에서는 로봇이 건드린 물체의 강성·저항 정보를 사람이 촉각으로 느낄 수 있다. 생성형AI가 텍스트·이미지·음성을 다뤘다면 피지컬AI는 센서와 힘의 세계까지 확장되는 흐름 속에 있다.
논문은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김 교수는 “액세서리 수준의 착용성을 유지하면서 기존 장갑형 햅틱보다 힘 대비 무게 성능을 크게 높였다”며 “VR·게임은 물론 의료·재활·원격 로봇 조작까지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용화까지는 장치 무선화, 공압 구동부 일체화, 내구성 검증 등이 남았다. 궁극적으로는 힘뿐 아니라 온도·진동·생체 신호 등 다중 센서를 묶어 가상과 현실을 더 촘촘하게 연결하는 것이 목표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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