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례 없는 '릴레이 보안 사고'를 일으킨 이동통신사가 줄줄이 전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라는 정부 조치를 받자 오히려 마케팅 경쟁에 불이 붙는 모양새다. '집토끼'와 '돌아온 탕아'를 붙잡기 위한 혜택 경쟁을 연이어 펼치면서다.
지난해 3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KT를 이탈한 누적 이용자는 26만6782명이다. 13일까지 위약금 면제가 예정되어 있어, 업계에선 15일간 총이탈 이용자가 3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탈 가입자 중 74.2%가 SK텔레콤을 선택했다. 하지만 실제 대리점 등 휴대폰 유통업계선 KT에서 다른 통신사를 선택한 이용자의 40% 이상을 단순 유심 가입자로 보고 있다. 기기를 변경하거나 단순 유심칩만 교체했다는 의미다.
유심 가입자를 유치하면 가입자 수 증가 등 단순 '양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지만 이통사에 실질적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기기를 변경하지 않아 실제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적은 데다 위약금 면제와 복귀 혜택만을 바라보고 이탈한 이용자들이 이동한 곳에서 오랜 기간 머물거나 더 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사례가 드물어서다.

이용자가 단말기를 교체할 때 제조사와 나눠 가지는 이익이 이통사에는 가장 큰 수입의 원천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통사는 신규 고객 1명을 유치하기 위해 1인당 약 5만원의 마케팅 비용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40만원의 보조금도 별도로 지출한다. 기기를 바꾸지 않고 유심만 갈아 끼운 뒤 5만원 미만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단기 고객은 결국 적자만 남는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은 유심 가입자 등도 상관없이 복귀 고객에게 모두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6개월간 3만3000원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조건으로 인당 40만원의 보조금을 지출하고 있다. 지난 5월 영업정지 조치와 7월 위약금 면제 등으로 약 90만 명의 고객을 잃은 SK텔레콤에는 유심 가입자의 복귀조차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이런 정책이 SK텔레콤의 영업이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대규모 마케팅 비용을 들여 '알짜 고객'이 아닌 '메뚜기족'을 잡는 모양새여서다. 업계 관계자는 "6개월 뒤 다른 이통사의 프로모션이 시작된다면 해당 이용자가 통신사를 옮기면 오히려 이득인 셈"이라며 "나머지 손실 비용은 SK텔레콤에서 모두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LG유플러스까지 경찰 조사 이후 위약금 면제 조처가 내려지면 사실상 기업 간 출혈경쟁만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KT도 이번 위약금 면제 직후 떠나간 이용자를 잡기 위해 강력한 마케팅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 또한 지난 7월 삼성 새 폴더블 시리즈 출시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폐지에 맞춰 보조금을 이통3사 중 가장 높게 책정한 바 있다.
사실상 유심 가입으로 유통 대리점만 혜택을 받는 상황이 되면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국내 대형 통신사들이 현 정부의 '내수 살리기 캠페인'에 전략적으로 동원된 게 아니냐는 회의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통사들이 보안 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위약금 면제 조치를 받았다는 측면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가입 마케팅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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