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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칼럼]? 반도체와 국토 균형 발전, 그리고 RE100 전력

입력 2026-01-12 10:40   수정 2026-01-12 16:52


30년 가까이 대학에서 반도체를 강의하며 대학원생들과 메모리 반도체 연구를 해 온 필자는 요즘 적잖이 고무돼 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크게 개선됐고, 이에 따라 올초 구성원에게 지급될 인센티브 역시 미국의 빅테크 기업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대되는 것은 단기 실적보다 그 이후다. 산업의 선순환 구조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많은 제자가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로선 이런 흐름이 더없이 뿌듯하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최근 사회적 우려가 큰 ‘의대 쏠림’ 현상 역시 자연스럽게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새만금 이전,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꼴

그런데 최근 이 같은 기대에 찬 흐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우려스러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기조와 올해 지방선거를 의식해, 일부 호남 지역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이에 동조하는 학계 일각에서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조성될 예정인 반도체 공장의 일부를 새만금간척지 등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해당 지역에서는 각종 단체들이 일반 국민 서명운동까지 벌이고 있고, 이런 움직임이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전파되는 조짐도 보인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앙정부 주무부처인 기후환경에너지부 장관조차 이 문제에 대해 모호한 언급을 한 것을 보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주장의 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RE100으로 대표되는 재생에너지 사용 필요성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균형발전 논리다. 필자 역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탈탄소 정책의 중요성, 그리고 국가 균형 발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을 새만금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에는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이는 자칫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해당 기업 구성원에게만 황금알을 안겨주는 존재가 아니다. 이들 기업이 납부하는 막대한 법인세와 수출을 통해 창출되는 국가적 부가가치를 고려하면, 반도체 산업은 국민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산업이다. 더 나아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도체 산업은 단순한 경제 자산을 넘어 ‘실리콘 방패’로 기능한다. 반도체 경쟁력의 유지 여부는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사안이다.
RE100,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등은 가입 안 한 상태

먼저 RE100을 살펴보자. RE100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2014년 영국의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출범시킨 민간 주도의 캠페인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우리 반도체의 주요 고객인 미국 빅테크 기업 다수가 참여하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변수임은 분명하다.

다만 RE100에 관한 논의는 보다 정확해야 한다. 엄격하게 재생에너지만을 요구하는 기업은 애플 정도이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은 원자력발전을 포함한 탈탄소 전원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또한 현재 RE100을 요구하는 고객사들이 구매하는 반도체 물량은, 국내 기업들이 현재 수준의 재생에너지 활용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범위에 있다. 사실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퀄컴 등 우리나라 반도체 제품의 중요 고객 기업은 RE100에 가입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편 2021년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반도체 수출이 약 31%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가 발간된 적이 있다.
한편 2021년도에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이 RE100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반도체 수출이 약 31%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가 발간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다음과 같이 크게 잘못된 가정에 기반한 추정치로, 이를 확정적 결과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 추정은 2021년 ①메모리반도체의 대미 수출액인 33.5억달러와 ②프로세서 유닛의 해외 수출액인 134.2억달러 모두가 수출 제한을 받는다고 가정하고,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 전체인 542.9억달러로 ①+②를 나눠 계산한 것이다(30.9%). 이 추정에서는 프로세서 유닛을 미국 애플과 퀄컴 등이 설계하므로 우리나라 프로세서 유닛 수출액 전체를 '미국으로의 수출'로 가정했다.

그러나 무역협회의 K-Stat 통계에 따르면 실제 미국으로의 프로세서 유닛 수출액은 3.1억달러에 불과하며, 이 숫자를 반영할 경우 수출 감소 비중은 30.9%가 아니라 6.7%가 된다. 또한 전술한 바와 같이 미국 기업들이 RE100을 달성한 반도체만 요구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는 실제로 반도체 수출에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만으로 반도체 공장 뒷받침 불가능

설령 반도체 공장을 이전하더라도 새만금 지역의 태양광 발전으로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지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경기 용인 지역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반도체 공장이 요구하는 전력 규모는 약 15GW에 달한다. 이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공장만 이전하더라도 약 5GW 전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새만금 지역의 태양광 발전 설비 용량은 현재 약 0.1GW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어느 정도 추가적인 태양광 발전 시설이 필요할지는 다음과 같은 근거에 기반해서 추정해 볼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4년 국내 재생에너지별 LCOE 전망 연구 결과 간헐성 문제 때문에 국내 태양광 발전설비 이용률은 15.4%로 나타났다. 또한 유틸리티급(20MW) 태양광 설치 필요 면적과 비용은 각각 17만2230㎡ (1MW당 8612㎡)와 1058만원/kW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하면 5GW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총 32.5GW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약 34조40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한편 위 근거에 의해 이 정도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부지를 계산하면 약 280㎢로, 이는 현재까지 매립된 새만금 지역 토지 면적 290㎢의 약 97%에 해당한다. 즉 태양광 발전 설비가 대부분의 가용 부지를 차지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할 공간 자체가 거의 남지 않는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ESS 구축도 불가피하다. 최소 5GW 규모의 ESS를 설치한다고 가정할 경우, 여기에만 추가로 10조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계통은 설비 고장에 취약한 특성이 있어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서는 태양광 발전이 인접해 있더라도 외부계통 연계용 장거리 송전망 건설이 필요하다. 이러한 장거리 송전망 추가, 대규모 ESS의 화재 위험성, 이에 따른 보험 비용 증가, 설치 장소의 제약 등을 고려하면 실제 소요 비용은 이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여건을 종합해 볼 때, 전력 공급 측면에서도 새만금 지역의 태양광 발전만으로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뒷받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무조건 친환경'이란 오해

한편 태양광·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 과연 전 과정에서 환경친화적인지에 대해 냉정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들 설비는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으며, 이제는 대규모 폐기물이 발생하는 시점에 접어들었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기 블레이드의 재활용 기술은 아직 개발·상용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향후 발생할 막대한 폐기물이 새로운 환경오염원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더욱이 이런 설비의 재활용 과정 자체가 상당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렵다. 즉, 재생에너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논할 때는 발전 단계뿐 아니라 설치, 유지, 해체, 재활용에 이르는 전 생애주기(life cycle)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ESS의 핵심인 대용량 배터리는 통상 20년 이내의 유한한 수명을 지니며, 수명이 종료되면 중금속을 포함한 대량의 배터리 폐기물이 발생한다. 이는 경제성 문제를 넘어 환경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다. 결국 재생에너지는 분명 탈탄소 전환의 중요한 축이지만, 그것이 언제나 ‘무조건적으로 친환경적’이라고 전제하는 접근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평택도 안 가는데...지역 정착 기대 설득력 없어

지역균형발전 논리 역시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경기 평택 반도체 단지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평택은 새만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도권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이지만, 단지가 조성된 이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정주 여건은 충분히 개선되지 않았다. 그 결과 우수 인력이 정착하지 못했고, 한때 추진됐던 연구개발(R&D) 기능 역시 축소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인재는 극심한 쟁탈전의 대상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조차 최고 수준의 대우를 제시하며 인재를 유치하는 상황에서, 정주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정착하길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다. 평택조차 이런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최근 국제행사 운영 문제로 국가적 논란을 겪은 지역에 100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인재를 유치하겠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설령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기반시설을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수적인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까지 동일한 투자를 감내하기는 어렵다. 이미 수도권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에 추가적인 지역 이전 투자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강행할 경우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전 여파로 공장 건설 중단되면 회복 못할 피해

또 하나 간과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반도체 공장은 착공 이후 실제 양산에 이르기까지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 생산이 지연되면 경쟁국들이 시장을 선점하게 되고, 뒤늦게 가동한 공장은 이미 재편된 시장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 하물며 매립조차 완료되지 않은 지역에 전력·용수·교통·정주 여건을 모두 갖춘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면 7~8년 이상이 소요될 수 있다. 그 사이 용인 국가산업단지의 공장 건설이 중단된다면, 우리는 스스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퇴장하는 선택을 하는 셈이 된다.

지역균형발전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고, 그 성과를 재정과 산업 정책을 통해 전국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의 길이다. 필자는 반도체산업을 지켜 온 한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우리의 후손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스스로 포기한 나라를 물려줄 수는 없다고 믿는다.

한국경제신문은 국내 첫 반도체 종합 플랫폼 '반도체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 반도체 최고 전문가들이 쓰는 '인사이트 칼럼'을 게재합니다. 반도체 기술과 산업,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독자의 갈증을 풀어줄 프리미엄 정보를 제공합니다. 한경닷컴 상단 메뉴에 있는 ‘프리미엄'을 클릭하면 반도체 인사이트(https://www.hankyung.com/semiconinsight)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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