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STO) 장외거래소 사업자로 '한국거래소'(KRX) 컨소시엄과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 두 곳을 내정하자, 심사에서 탈락한 '루센트블록'이 당국에 반기를 들었다. 지난 9일 공개 입장문을 배포한 데 이어 이날(12일)에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국은 제도 취지에 맞게 사업자 선정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국의 조각투자 관련 투자중개업 인가 절차가 막바지인 시점에 루센트블록이 강경 대응을 예고해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갈등이 장기전으로 번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금융위는 앞선 7일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에서도 같은 안건을 심의, 통과했다. (한경닷컴 1월9일자 STO 장외거래소 사업자에 한국거래소·NXT 컨소시엄 선정) 증선위에 이어 금융위 안건소위까지 통과하면서 절차상 핵심 관문은 사실상 모두 넘었다. 안건은 오는 14일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전망이다.
혁신금융서비스의 제도화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다. 규정이 완화돼 기존 사업자들이 수혜를 받는 경우, 규제 정비로 신규 인·허가 기준이 만들어져 새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다. 이번 장외거래소 건이 후자의 첫 사례다. 때문에 당국도, 업체도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는 상황이다.
루센트블록은 2021년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부동산 STO(토큰증권) 플랫폼을 운영했다. 혁신금융서비스란 현행 법령상으로는 추진하기 어려운 서비스에 특례를 줘서 최장 5년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을 허용해 주는 금융위 제도다. 현행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르면 혁신금융서비스로 운영돼 온 게 제도화 절차를 거칠 경우, 인가가 불발된 즉시 기존 서비스는 중단된다.
다만 서비스 중단에도 투자자들은 보호될 수 있다. 특별법 13조에 따르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당시 금융당국은 루센트블록에 책임보험을 가입시키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와 위험관리 방안을 마련해 놨기 때문이다.
의결이 확정될 경우 루센트블록은 일단 서비스를 멈춘 뒤 추후 개선 지점들을 보강해 다시 당국에 예비인가 신청서를 낼 것으로 풀이된다. 3개월마다 신청받는 혁신금융서비스와 달리 인가 신청은 요건만 갖추면 수시로 가능하다.
루센트블록 측은 그동안 제도화에 앞장선 자사를 인·허가에서 제외시키는 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조각투자 유통 실험을 가장 먼저 진행한 사업자임에도 제도화 문턱을 유일하게 넘지 못했다는 데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루센트블록은 최근 증선위 심의에 앞서, 외부 위원들로 꾸려진 금감원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에서 지원한 세 컨소시엄 중 최저점을 받았다. 루센트블록은 이날 간담회에서 이에 대해 "7년간 맨땅에서 STO 시장을 일군 건 우리인데, 이 사업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두 곳이 사업계획과 기술력, 안정성 항목에서 더 높은 점수를 얻었다"며 "실증 데이터보다 기관의 간판을 더 높이 샀다는 것으로, 심사의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앞서 지난해 9월 금융당국이 이번 인가에 대해 설명하면서 보도자료에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운용돼 온 시범서비스를 제도화하는 과정'이라고 적은 점도 지적했다. 제도화의 주 축이 된 기존 사업자를 배제한 최근 심사 결과와는 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허세영 대표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하루아침에 서비스를 폐업하게 돼 당황스럽다"며 "금융위가 '혁신가 보호'라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는 결정을 위해 다시 검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금감원 외평위에서도 (루센트블록은 타사 점수와 비교해) 큰 격차로 하위 점수를 받았다"며 "또 한국거래소보다 넥스트레이드의 점수가 높아, 대안거래소의 약진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특히 "1호 사업자들은 실패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튼튼한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조각투자 6개사 중 뮤직카우의 경우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혁신 사업자 전반을 배제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도 "넥스트레이드가 대체거래소로서 나선 것도 한국거래소 독점 70년 만이다. 그만큼 철옹성 같은 게 유통 플랫폼"이라며 "이번 STO 장외거래소도 고심 끝에 안정적 시장운영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다른 인가기준과 견줘 '높은 기준'을 설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여기에 루센트블록이 미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공개한 기준에 의거해 심사가 진행된 만큼 불공정 논란엔 동의하기 어렵다"며 "금감원 외평위와 금융위 증선위를 거친 안건을 여론을 이유로 들어 뒤집는다면 인가 절차 자체의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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