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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제공자 보호 '일하는사람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입력 2026-01-13 15:34  



2025년 12월 24일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안(이하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발의되었다. 플랫폼 경제의 성장, 디지털 전환, AI 혁신으로 우리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종래의 전통적인 근로계약에 입각한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계약관계와 노무제공 형태가 크게 확산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 기본권을 명확히 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노무제공자들에 대하여도 일정한 수준의 보호가 필요함은 분명하지만, 기존 근로기준법의 틀에서 보호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는 순간 근로기준법을 전부 적용 받게 되는데, 전통적인 근로계약관계나 정규직 중심으로 설계된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할 경우 현실에 맞지 않는 많은 조항들이 다수 존재할 뿐 아니라, 이들 모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에 포섭할 경우 전체 근로자 개념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권익 보호에 관한 별다른 입법이 없던 상황에서 새로운 노무제공자들 혹은 기존에 사업자와 근로자의 경계에 있던 자들이 일을 그만두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다투며 퇴직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하였다. 특히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의 개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과 동일한데, 산재보험법령상 노무제공자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에도 보호의 필요성은 동일하다는 측면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아졌고, 근로자성을 인정할 요소와 부정할 요소가 비슷하다면 근로자로 인정되는 사례가 상당히 축적되었다. 그에 따라 이들 업무의 특성상 적용하기 어려운 근로시간 제한이나 초과근로수당과 같은 각종 법정수당, 연차휴가 등에 관한 조항까지 모두 적용되게 되고, 여기에는 형사처벌 규정까지 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가 상당하였다. 근로자성 확대 경향에 따라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구조 자체의 재편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기존 근로기준법이 더 이상 변화되는 노동시장을 규율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는 점에서 변화하는 경제구조를 반영한 시도이다. 플랫폼 종사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 비전통적 고용 형태에 대하여 근로기준법의 일률적인 적용 방식이 아니라, 이들에게 필요한 보호를 특별히 규율하는 방식을 취하였다는 점에서 2024년 11월 1일 시행된 일본의 프리랜서보호법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에 관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일터에서 성별, 종교, 장애, 연령, 인종, 지역, 사회적 신분, 고용형태 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제7조), 성희롱·괴롭힘 금지 및 예방(제8조), 적정한 휴식 및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 환경 제공(제9조), 노무제공계약서 작성 및 교부의무(제10조), 합리적 이유 없는 노무제공계약 변경 또는 해지의 제한(제11조), 보수의 직접 지급 원칙(제12조) 등이 있다. 사업자가 제10조에서 제12조까지를 위반한 경우 일하는 사람은 노동위원회에 설치된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제13조).

한편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같은 날 발의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민사상 권리·의무를 다투는 분쟁에서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하도록 규정하면서, 노무수령자가 이를 반증하는 경우에는 그 추정이 번복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였다(제104조의2).

이에 따르면 노무제공자가 자신을 근로자로 전제하여 퇴직금 등 각종 법정 수당을 청구하거나 자신이 해고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부당해고를 다투는 경우 일단 노무제공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추정되고, 노무수령자인 사업자가 해당 노무제공자가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하여야 한다. 통상 근로자성을 다투는 분쟁에서는 근로자성을 부정할 징표와 인정할 징표의 비중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분쟁을 통해 근로자성이 대폭 확대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노동계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권리차별적 성격을 갖고, 대부분 선언적 조항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된다면 대다수의 노무제공자는 새로운 분쟁의 제기를 통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는 길을 택하지 않을까.

이러한 결과는 근로기준법의 일률적 적용이 아닌 노무제공자에게 필요한 보호를 규율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할 뿐 아니라,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노무제공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이 그대로 남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될 경우 근로자성을 다투는 분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고, 판례의 근로자 판단기준에 따르면 기업이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법원의 판단으로 확대되고 있는 근로자의 범위는 더욱 넓어지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기업으로서는 플랫폼 사업을 계속할 유인이 없게 된다. 결국 우리 사회의 전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미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등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 이들에 대해 산업재해, 성희롱·괴롭힘과 같은 사회적 위험을 해소하고, 안전한 일터 환경을 제공하며, 출산·육아와 같은 상황을 개인의 책임에 전가해서는 안 되기에 입법 필요성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권익 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이 만능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AI 혁신으로 인해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시대가 되었고,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자 추정제는 사실상 모든 노무제공에 대하여 근로계약 체결을 강제하는 것에 다름 아니고, 이는 다양한 사업기회와 혁신을 저해한다. 근로자 추정제를 섣불리 도입하기보다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취지를 살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노무제공자의 지위를 인정하고, 사각지대에 놓인 노무제공자의 권익을 보호하며,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담긴 권리 보장 방안에 실효성을 부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은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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