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3일 08: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검찰이 MBK파트너스·홈플러스 임원들의 회계 처리가 재무위기를 감추기 위한 1조원대 '분식'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배경에는 홈플러스에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의무가 남아있었다는 해석이 깔려있다. MBK가 지난해 2월말 홈플러스 RCPS의 상환권을 홈플러스 재량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조건을 바꿨지만, 상환 의무가 여전히 홈플러스에 있었기 때문에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인식한 것은 회계부정이라는 논리다.
이는 홈플러스 사태 관련 MBK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조사 결과와 상충된다. 금감원은 작년 11월 MBK에 중징계를 사전통보하면서 홈플러스가 발행한 RCPS의 상환 조건 변경 조치가 홈플러스의 RCPS 상환 의무를 사라지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국민연금의 손실 위험이 커지는 등 MBK가 불건전영업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 금감원과 검찰의 판단이 정면 충돌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시장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법조계와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반부패3부(직무대리 부장검사 김봉진)는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 겸 MBK 부회장과 김정환 MBK 부사장, 이성진 홈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3명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채무자회생법상 사기회생·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를 기재했다. 1조1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홈플러스 RCPS의 상환 조건을 임의로 변경해 홈플러스 재무위기를 감추려 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MBK는 지난해 2월말 홈플러스 RCPS의 상환권을 발행사인 홈플러스만 행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해 RCPS를 자본으로 분류했다. RCPS는 상환권과 전환권을 모두 지닌 우선주로, 상환권이 투자자에 있으면 발행사가 상환 의무를 져야 하므로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 반면 상환권을 발행사만 행사할 수 있으면 자본이 된다.
MBK가 홈플러스를 지배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는 지난해 2월 26일 홈플러스 RCPS의 상환권을 홈플러스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홈플러스 RCPS의 상환권은 종전엔 한국리테일투자에 있어 부채로 인식됐지만, 한국리테일투자와 홈플러스 간 구조 변경 합의로 상환권이 홈플러스에 이전되면서 홈플러스의 RCPS 상환 의무가 사라졌고, 이에 따라 MBK는 홈플러스 RCPS를 자본으로 계상했다.
검찰은 이 같은 자본 재분류 과정이 회계부정에 해당한다고 봤다.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서 "홈플러스 RCPS의 상환 재량권을 홈플러스에 이전하는 내용의 변경 합의서를 작성했으나 합의서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홈플러스는 한국리테일투자에 대한 상환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적시했다. 홈플러스가 배당가능이익이 없어 배당을 받지 못하더라도 미지급 배당금이 누적으로 적립되는 구조였고, 금융기관 차입금을 갚은 이후에도 상환할 의무가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즉 홈플러스의 RCPS 상환 의무가 남아있어 회계상 부채로 인식해야 함에도 MBK가 자의적으로 자본으로 분류했기 때문에 분식회계라는 게 검찰 논리다.
이는 금감원 제재 방향과 정반대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금감원은 작년 11월 홈플러스의 RCPS 상환 의무를 MBK가 없애버리면서 국민연금 이익을 훼손한 불건전 영업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리테일투자가 상환권을 포기하면서 궁극적으로 한국리테일투자 발행 RCPS에 투자한 국민연금도 홈플러스로부터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었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MBK에 대한 징계안 사전통보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RCPS 상환 조건 변경이라는 동일한 사안을 놓고 검찰이 금감원이 전혀 다른 조사결과를 내놓으면서 시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지난달 열린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MBK에 대한 제재 수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달 15일 2차 제재심이 예정돼 있으며, 의결된 내용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확정된다. 한 로펌 소속 변호사는 "금감원 제재심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회계 사안 관련해 검찰이 또 다른 결론을 내리면서 앞서 나간 셈"이라며 "무리한 수사로 해석될 여지가 높아 두 사정기관의 신뢰도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RCPS와 전환우선주(CPS), 신종자본증권(영구채), 주가수익스와프(PRS) 등 주식(자본)과 채권(부채)의 성격을 모두 지닌 '하이브리드' 자본조달 방식에 금감원과 검찰이 처벌적 잣대를 들이대는 데 대한 우려도 쏟아진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부채성 자금조달에 대한 회계 처리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기 의도 입증 없이 사법적으로 단죄해야 할 행위로 연결지으면 기업의 자금조달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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