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이용객 감소에 대한 위기론이 불거졌던 쿠팡이 정작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수에서는 연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사이익이 예상됐던 경쟁 플랫폼 가운데 국내 토종 이커머스만 증가세를 보였고, 알리·테무·쉬인 등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 플랫폼은 동반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쿠팡 앱 설치 수는 52만6834건으로 집계됐다. 전월인 11월(40만585건) 대비 12만 건 이상 증가한 수치로 같은 해 월간 기준 최대치다. 월간 설치 건수가 50만 건을 넘어선 것은 2024년 3월(52만1697건)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말 불거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한 이용자 이탈이 예상됐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업계에서는 연말 할인 성수기 효과와 쿠팡의 집중 마케팅, 중국계 플랫폼 배송 지연 및 품질 논란에 실망한 이용자들 회귀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특히 쿠팡 멤버십 기반의 '록인'(Lock In) 효과와 새벽 배송 의존도가 신규 앱 설치를 견인한 주요 요인으로 풀이된다.
완전한 이탈보다는 필요에 따라 여러 이커머스를 병행 이용하는 '멀티호밍' 경향도 두드러진다. 쿠팡뿐 아니라 국내 주요 이커머스 앱의 설치 건수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전월 대비 18만5000건 증가한 78만8119건, G마켓은 약 5만6000건 늘어난 18만2579건을 기록했다. 11번가는 20만5924건으로 지난해 평균치를 웃돌았으나 연중 최대 행사인 '그랜드 십일절'이 열린 전월(25만865건)보다는 소폭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국내 경쟁 업체들이 배송 및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 점에 주목한다. 특히 휴일 없이 배송해주는 로켓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G마켓과 11번가 등은 주말 도착 보장, 빠른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며 이탈 고객 유입과 신규 고객 확보에 주력했다.
반면 중국계 주요 이커머스 앱은 설치 건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전월 대비 13만건가량 감소한 30만4669건, 테무는 약 9만7000건 줄어든 75만252건, 쉬인은 약 7만8000건 감소한 14만7574건을 기록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 대한 보안 불신과 우려가 확산한 데다 유출된 정보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C커머스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져 설치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흐름이 중장기적인 판도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외 투자기관들도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쿠팡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청문회 등을 계기로 확산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규제 리스크는 계속해서 걸림돌"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 기준에서 아직 중대한 부정적 영향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글로벌 투자사 JP모간 역시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 소비자는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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