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충남 아산에 있는 KB오토텍 본사에선 작업자 대여섯 명이 ‘전기버스용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을 적용한 냉난방 제품을 조립하는 데 한창이었다. 전기 냉난방 장치(히트펌프)를 부착한 이 제품은 올해 초 양산을 시작해 현대자동차에 납품할 예정이다. 5일 취임한 팽현성 KB오토텍 대표는 “지난해 5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트럭에 들어갈 냉난방공조(HVAC) 생산 라인을 늘렸다”며 “지난해 흑자 전환한 데 이어 기술 격차를 벌려 업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KBI메탈의 비상장 계열사 KB오토텍은 자동차 냉난방공조 전문 업체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 국내 임직원 500여 명이 제품 설계와 생산, 풍동 실험 등 전 공정을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200억원을 들여 지은 풍동 실험실은 온도와 습도, 풍속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국내 최대 규모로 극한의 기후를 재현해 제품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 1t 트럭 포터의 냉난방공조 장치를 독점 공급하고 승합차 분야에서 과반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비결이다.독보적인 입지를 다졌지만 큰 위기를 겪었다. 2016년 시작한 노사 갈등으로 1500억원대 매출 손실이 발생하면서다. 팽 대표는 “연말마다 ‘테크 데이’를 열고 회사의 신기술과 미래 비전을 임직원 전원이 토론하며 노사 갈등을 최소화해 온 것이 KB오토텍의 숨은 저력”이라며 “이런 문화를 계승하고 모두가 원팀으로 뛸 수 있도록 회사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96개의 기술 특허를 보유한 것도 이 회사의 강점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이 차량 탑승 인원과 위치를 파악해 바람을 효율적으로 보내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계열사인 동국실업과 함께 생산하는 자동차용 복사열 난방 기술은 히터 바람이 나오기 전 사람 몸에 직접 열을 보낼 수 있다.
이 회사는 2024년 자사 냉난방공조 제품에 특화한 표면실장기술(SMT) 생산 라인을 가동했다. SMT는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전자부품을 부착하는 공정 기술이다. 연간 30만 개인 생산능력을 올해 안에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팽 대표는 “범용 제품은 기존의 외주 생산 방식을 유지하되 고난도 기술의 신제품 위주로 자체 설비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지난해 최대 매출을 냈을 것으로 회사는 추정하고 있다. 이 회사의 2024년 매출은 2549억원이다.
2011년 KBI그룹에 합류한 팽 대표는 14년간 KBI메탈 전자장치 사업을 총괄했다. 그는 “통합 공조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는 연구개발(R&D)에 적극 투자할 것”이라며 “전장 사업 경험을 살려 올해도 사상 최대인 매출 3000억원을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산=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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