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은 재개발 사업의 조합설립 동의율을 낮추는 내용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지금은 재개발 추진위원회가 조합을 설립할 때 확보하는 동의율을 75%(토지 등 소유자 4분의 3 이상)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70%로 낮추자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이르면 상반기 국토위 전체 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1월 법 개정으로 재건축 사업 동의율 기준을 70%로 낮췄다. 하지만 재개발 사업은 상대적으로 공공성과 수용 등 강제성이 강하다고 보고 이 기준을 75%로 유지하고 있다. 정비업계에서는 동의율이 70%를 넘어가는 구간부터 추가 동의율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는 이유를 들어 기준 완화를 요구한다. 지난해 잇따른 대책으로 대출 문턱이 올라가 조합원의 자금 융통이 어려워진 점도 동의율 확보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시에 따르면 조합설립 이전 단계인 재개발 구역은 86곳이다. 이 가운데 63곳이 구역 지정을 마쳤고 13곳은 추진위가 설립돼 있다. 추진위가 구성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조합설립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 곳만 10곳에 이른다. 종로구 창신3, 동대문구 용두1-5, 중랑구 상봉13, 양천구 신정3-1, 영등포구 양평14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서는 동의율 요건 완화가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은 공공성이 강해 사업에 반대하더라도 땅과 집을 강제로 팔고 나가야 하는 ‘토지수용’이 가능하다. 향후 이주 시점이 다가왔을 때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지면서 사업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충분한 동의를 받고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적은 보상을 받고 나가야 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문제, 사업이 일정 단계 진행된 후에 반대 목소리가 커지는 데 따른 지연 문제 등에 대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질적인 설득과 동의를 끌어내는 대신 동의 기준 자체를 낮추는 식의 접근은 조합 내 갈등을 더 촉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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