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단결근과 지각 등 근태 위반이 100회를 넘고, 회사 몰래 대규모 축산업을 경영하며 기행을 일삼은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업의 ERP(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과 하이패스 기록 등 객관적 데이터가 징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근거가 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근로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조사 결과 A씨의 이 같은 행태 뒤에는 '이중생활'이 있었다. 그는 회사 몰래 소 100여 마리를 키우는 대규모 축산업을 경영하고 있었다. 축사 관리에 몰두하느라 본업인 회사 업무는 뒷전이었다. 2023년 내부 감사에 따르면, A씨는 약 15개월 동안 △무단결근 69회 △무단지각 51회 △직장이탈 26회 △근무지 이탈 27회를 기록했다. 동료들도 "A씨가 축산업과 다른 조합 업무로 바빠 회사에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출근해도 점심 전후로 퇴근하곤 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회사는 2023년 5월 근태 위반과 겸업 금지 위반 등을 이유로 A씨를 징계해고했다. 이에 A씨가 부당해고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가 기각되자, 결국 중노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특히 수기로 기록하는 업무용 차량 운행일지에 A씨가 차량을 이용했다고 기재돼 있음에도 정작 해당 날짜에 업무용차량의 입출차 기록이 없는 점, 거래처를 간다며 자주 직장을 이탈했지만 정작 거래처 사람들은 "1년에 1~3번 봤다"고 증언한 것도 증거가 됐다. 회사는 이 증언을 반영해 자체 파악한 무단이탈 일수에서 3회를 제외하는 등 치밀하고 보수적으로 증거를 만들어 제출했다.
법원은 겸업 제한 위반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인사준칙상 농축산업 종사 시 대표이사에게 신고해야 하지 A씨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대표이사와 식사하며 축산업 종사 사실을 알렸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는 "인사준칙상 정식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구두 보고를 정당한 겸업 신고로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번 판결은 기업의 디지털 근태 관리 시스템의 증거력을 다시 한번 확인해준 사례다. 조철현 법무법인 대환 변호사는 "ERP, CCTV, 하이패스 등 '디지털 발자국'은 근로자의 부실 근태를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며 "꼼꼼한 기록 관리가 인사 분쟁에서 방어권을 보장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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