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 대기업들이 지난해 ‘매스티지’(대중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줄이고, 해외 명품 브랜드 유통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위축과 경쟁 심화로 실적난이 심해지는 가운데 충성 고객층이 탄탄한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어서다.
12일 한국경제신문이 5대 패션 대기업의 브랜드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지난해 사업이 중단된 브랜드는 총 6개였다. 코오롱FnC의 ‘에피그램’과 ‘아모프레’에 이어 삼성물산 패션 부문도 중저가 데일리웨어 브랜드 ‘코텔로’를 접었다. 2021년 자체 개발한 원사를 적용하는 등 야심 차게 출범했지만 초저가와 럭셔리 브랜드 사이에 밀려 결국 사업을 종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건 브랜드인 ‘판가이아’와 ‘세이브더덕’을, LF는 신발 브랜드인 ‘핏플랍’ 사업을 중단했다. 한때 각 기업의 성장을 이끈 브랜드지만 소비 양극화와 친환경 브랜드 선호 현상이 퇴색하며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패션업체들은 대신 구매력이 높은 고소득층이 선호하는 고가의 수입 브랜드를 들여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미국 럭셔리 브랜드 ‘앙팡리쉬데프리메’, 일본 니트웨어 브랜드 ‘CFCL’ 등의 국내 독점 유통권을 따냈다. 앙팡리쉬데프리메는 스웨이드 재킷이 1000만원, 코트가 300만원이 넘는 고가지만 K팝 아이돌이 입으면서 이미 국내 마니아층이 탄탄하다. 삼성물산도 지난해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인 ‘캡틴선샤인’을 들여온 데 이어 올해 3월 유럽 여성복 브랜드 ‘산드로’, ‘마쥬’ 유통에 나선다. 국내 중소 패션 유통사 아이디룩이 20여 년간 운영하던 브랜드의 국내 라이선스를 따냈다.
이런 포트폴리오 구조조정은 패션업계 불황과 맞닿아 있다. 국내 패션 대기업들은 2024년에 이어 지난해 1~3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일제히 감소했다. 실적이 좋을 때는 자체 기획 브랜드나 신규 브랜드를 발굴하는 등 ‘모험’에 나설 수 있지만, 업황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선 검증된 해외 브랜드를 들여오는 게 안정적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국내 소비자들은 미국 유럽 등 해외 브랜드 선호도가 높다”고 했다.
최근 초저가와 초고가에 소비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기존 브랜드를 고급화해 리뉴얼하는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한섬이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의 고급 버전으로 선보인 ‘시스템파리’가 대표적 예다. 시스템파리는 프랑스 파리의 대표 럭셔리 백화점인 ‘갤러리 라파예트’에 매장을 내고, 기존 대비 가격을 20% 올리는 등 럭셔리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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