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건의를 받고 ‘밑져도 본전’이라고 생각하며 시작한 게 결국 145개국의 합의를 이끌어냈습니다. ”글로벌 최저한세 개편안을 이끈 재정경제부 김정아(오른쪽)·유선정 사무관(왼쪽)은 12일 세종청사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에서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고민으로 시작한 작업이 성과를 낼 줄은 처음엔 정말 몰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두 사무관은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세제실 공무원 사이에선 ‘새내기’로 통한다. 두 사람은 지난해 초 세제실 신국제조세규범과로 배치받았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다국적 기업의 해외 자회사 실효세율이 15%를 밑돌면 본국에 차액을 과세하는 제도로, 조세피난처 이전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됐다. 사무관들이 제안한 제도 개선안의 핵심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실효세율 계산에서 제외하는 내용이다. 이런 제안은 지난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등 145개국이 참여한 글로벌 최저한세 개편논의에 대부분 반영됐다.
김 사무관은 “글로벌 최저한세가 각국이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려고 만든 세제 인센티브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개편안의 핵심 논리로 세웠다”며 “실물경제 촉진을 위한 자국의 세제 인센티브 취지가 훼손될 수 있어 다른 나라들도 공감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최저한세 기준을 통일하더라도 각국 경제 사정에 맞는 세금 제도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유 사무관은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많아 AMPC 혜택을 받는 기업들도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대부분의 기업이 글로벌 최저한세 개편 방향에 대해 우려하는 걸 듣고 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다른 나라 세제당국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한국 정부가 가장 적극적으로 개편안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영향을 받는 국제 조세정책의 변화를 끌어낸 실마리가 국내 기업의 건의에서 시작됐다는 의미다.
재경부에선 국제 조세 분야에 경험이 많지 않은 사무관들이 국제 조세 제도 개편을 이끌어낸 점도 높이 평가한다. 행시 61회인 김 사무관은 2019년에 입부해 예산·정책조정 업무를 주로 맡다가 지난해 초 조세 분야에서 첫발을 들였다. 국세청 출신으로 재정부로 파견을 온 유 사무관은 행시 65회로 공직 전체 경험이 3년도 안 된다.
김 사무관은 “글로벌 최저한세 개편 논의가 속도를 내자 유 사무관과 함께 이 업무를 전담하게 됐다”며 “우리 모두 세제실은 처음이었지만 업무엔 진심을 다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개편안을 만들기 위해 과 사무실 캐비닛부터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특히 145개국을 일일이 설득하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유 사무관은 “AMPC를 적용받는 다른 나라 기업들과 국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설득했다”며 “이 과정에 개편안을 계속 보강하며 지지를 넓혀갔다”고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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