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퀄컴이 삼성전자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주문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공급을 연계시키는 전략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와의 2나노미터(㎚·1㎚=10억분의 1m) 칩 생산 협력을 지렛대 삼아 갤럭시 스마트폰용 AP 전량 납품을 노리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퀄컴과 ‘프레너미’(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하는 상대방을 뜻하는 합성어) 관계인 삼성전자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퀄컴의 주문량이 늘면 파운드리사업부 수율·실적이 개선되겠지만, 동시에 엑시노스 AP를 개발·판매하며 퀄컴과 경쟁하는 시스템LSI사업부엔 부정적인 영향이 있어서다.
▶본지 1월 8일자 A1,5면 참조
퀄컴이 삼성 파운드리와의 2㎚ 협력 사실을 공식 언급한 건 두 번째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 CES 2026 현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삼성전자와 2㎚ 공정을 활용한 생산 논의를 시작했다”며 “조만간 상용화를 목표로 설계 작업도 끝낸 상태”라고 밝혔다.
퀄컴이 삼성 파운드리에 손을 내민 건 기본적으로 삼성 2㎚ 공정 경쟁력이 ‘활용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갤럭시 S26에 들어가는 엑시노스 2600 AP를 삼성 2㎚ 라인에서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퀄컴의 전략적 판단도 이번 결정의 배경이다. 퀄컴은 키방크와의 미팅에서 삼성 파운드리와 협업하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고 한다. 대만 TSMC 의존도를 낮추며 ‘공급망 다변화’를 노리는 게 첫 번째였으며, 두 번째는 비용이었다. 대만 현지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올해부터 4년간 매년 15%씩 3㎚ 이하 공정 웨이퍼(반도체 원판) 가격을 올리겠다는 뜻을 고객사에 전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 10% 이상 낮은 웨이퍼 가격을 앞세워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 관계자도 미팅에서 “삼성 파운드리가 TSMC 대비 비용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최첨단 공정에서 퀄컴 AP 칩을 생산하면 수율을 올릴 수 있고 실적도 쌓을 수 있다. 이를 발판으로 퀄컴 물량을 추가로 수주하거나 다른 고객사 확보에 나설 수 있다. 반면 엑시노스 AP를 설계·판매하는 시스템LSI사업부로선 ‘퀄컴과 같은 조건에서의 경쟁’이란 도전적인 환경을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시스템LSI사업부에선 최근 몇 년간 엑시노스가 고전한 이유 중 하나로 자사 파운드리 활용을 꼽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으로는 퀄컴과 동일한 환경에서 나오는 제품 성능으로 진검승부를 해야 할 전망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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