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 수사에 나섰다. 사상 초유의 Fed 의장 수사로 Fed 독립성이 흔들리며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11일(현지시간) 영상 성명을 통해 “Fed가 지난 9일 미국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을 받았고, 지난해 6월 상원 은행위원회에서 한 내 증언과 관련해 형사 기소 가능성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증언은 Fed 본부 리모델링 공사와 부분적으로 관련돼 있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파월 의장이 Fed 리모델링 비용을 과도하게 썼다고 지적해 왔는데 이를 근거로 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번 수사가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라며 반발했다.
트럼프 정부, 작년 7월 문제 제기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자 지난해 검찰청장으로 임명된 지닌 피로는 파월 의장의 공개 발언 분석과 지출 기록 조사가 포함된 이번 수사를 지난해 11월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파월 의장은 이번 수사가 “전례 없는 조치”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을 정당화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반발했다.파월 의장은 “형사 기소 위협은 Fed가 대통령의 선호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 가장 잘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방향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했다. 이어 “이는 Fed가 증거와 경제 여건에 근거해 계속해서 금리를 결정할 수 있느냐, 아니면 통화정책이 정치적 압박이나 위협에 좌우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공적 임무는 때로는 위협에 강력하게 맞서야 한다”며 “미국인을 위한 나의 임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Fed에 소환장이 발부된 사실과 관련해 “알지 못했다”며 수사 개입 가능성을 부인했다. 파월 의장이 성명을 통해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가 행정부 금리 인하 압박의 일환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에 대해 “Fed 운영에도, 건물 건설에도 그다지 능숙하지 않다”며 “그에게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은 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이라고 말해 또다시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파월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Fed가 청사 리모델링에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보도에 반박하며 본부 건물이 “안전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1930년대에 지어진 에클스빌딩을 두고 파월 의장은 “리모델링이 절실히 필요했다”며 “건물이 안전하지 않았고, 방수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또 대규모 사치성 시설이 포함됐다는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VIP 식당, 새로운 대리석, 특별한 엘리베이터는 없다”며 “전부터 있던 오래된 엘리베이터가 있을 뿐이고, 인공 폭포나 양봉장, 옥상 테라스 정원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용 초과는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빌 풀테 연방주택금융청장은 이 같은 증언이 거짓이라며 “정치적 편향과 상원에서의 기만적 증언은 파월을 해임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이 Fed 공사비용 문제를 제기한 배경에는 오는 5월 임기가 끝나는 파월 의장을 조기 교체하기 위한 명분을 찾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하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은 파월 의장을 비판하며 해임 가능성까지 공언했다. 연방준비법은 Fed의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이 정당한 사유 없이 Fed 이사를 해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패 등 중대한 문제가 드러날 경우 임기 만료 이전 해임도 가능하기 때문에 백악관이 공사비용 논란을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파월 의장의 법적 리스크를 드러낸 것은 금리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는 파월 의장을 이사회에서까지 몰아내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파월 의장 임기는 5월에 종료되지만, 이후에도 Fed 이사로 남아 2028년 1월까지 통화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그간 의장 임기 종료 후 이사직 유지 여부에 관해 여러 차례 질문받았지만, 이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Fed의 독립성이 흔들리는 전례 없는 사태로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지수 선물은 일제히 약세로 전환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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