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3일 14: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미국 내에서 국가안보 우려가 제기된 중국 바이오 기업과 거래 이력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생물보안법'을 통해 대중(對中) 규제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 이력이 국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업계에선 법적 제재 대상은 아니더라도 평판 리스크 차원의 추가 검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해당 규제는 미국 연방 조달·보조금 체계와 연동된 사안으로, 국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는 적용 범위가 다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거래 구조상 힐하우스가 인수한 일본 자산운용사 삼티(Samty)의 자회사 '삼티AMC'가 인수 주체로 거론되는 만큼 미국 내 규제 이슈가 직접적인 거래 변수로 작동할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는 지난해 10월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 우시앱텍(WuXi AppTec)의 중국 기반 임상 연구 서비스 사업 일부를 인수했다. 대상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자회사 '우시클리니컬'(WuXi Clinical)과 임상시험 운영 전문회사(SMO) '우시메드키'(WuXi MedKey)다. 미국 내 규제 논의가 이어지는 시점에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힐하우스가 해당 사업을 품으면서 시장에서는 투자 판단의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우시앱텍은 2024년 초 미국 정보당국이 연방 상원의원 대상 비공개 브리핑에서 "미국 고객의 지적재산(IP)이 중국 당국에 이전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미 정치권의 주목을 받아왔다. 같은 시기 미국 바이오 업계를 대표하는 생명공학혁신기구(BIO)가 우시앱텍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등 업계 차원의 경계 신호도 확산했다.
이후 미국 의회는 중국 등 '우려 대상'으로 분류되는 바이오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이른바 생물보안법을 국방수권법(NDAA)에 포함시켜 제도화했다. 해당 법은 미 연방정부의 조달·계약·보조금·대출 과정에서 안보 우려 기업이 제공하는 바이오 장비·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논의 초기에는 우시앱텍이 규제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며 법안 초안에 실명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종 법안은 특정 기업을 바로 규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행정부가 우려 기업을 지정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규제 적용 여부는 향후 행정부 산하 관리예산국(OMB)의 지정 절차와 후속 규정 정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힐하우스는 우시클리니컬과 우시메드키를 주식매매계약(SPA) 기준 지분 100%로 인수해 우시앱텍과 법적 지분 관계를 분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하우스가 인수한 사업체가 향후 규제 대상에 포함되더라도, 우시앱텍의 계열사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규제 판단은 지분 관계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외 규제·제재 실무에서는 △임상 데이터 관리 시스템·플랫폼의 라이선스 및 기술 의존성 △핵심 인력·경영진의 연속성 △사업 운영의 실질 독립성(사실상의 지배 여부) 등 비지분적 연결고리까지 함께 들여다볼 수 있어서다. 법인이 분리됐더라도 운영·기술·인적 네트워크가 남아 있다면 감독 리스크 차원의 확인 질의가 제기될 여지는 남는다.
이 이슈가 국내에서 민감하게 읽히는 이유는 힐하우스가 이지스자산운용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자의 대주주 변경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야 한다. 불법 여부를 넘어 국제 제재 이력, 평판 리스크, 지배구조 투명성 등 감독 관점의 요소들이 함께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민연금 등 국내 주요 연기금 출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운용사라는 점도 심사 강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특정 법이 이지스 인수에 적용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주주 후보의 투자 이력이 심사 과정에서 어떤 확인 질문으로 돌아오느냐의 문제"라며 "관건은 인수 이후에도 사업과 자본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어디까지 입증할 수 있느냐"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체투자 특성상 자본의 국적과 관계없이 자산은 한국이나 아시아에 계속 남고, 그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LP 들은 수익을 보는 것"이라며 "이번 인수전도 자본시장의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힐하우스 측은 우시앱텍 일부 사업 부문 인수 관련 질의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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