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 광진구 자양동 잠실대교북단 버스정류장. 평소라면 출근길 직장인들로 붐비던 정류장 전광판에는 ‘차고지 대기’ 문구만 반복해서 떠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십여명은 스마트폰 화면과 전광판을 번갈아 보며 발을 동동 굴렀고, 하나둘 씩 정류장을 분주히 떠나갔다.
인근 정류장 옆 택시 승강장에는 20m가 넘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두꺼운 패딩 차림의 시민들은 손을 비비거나 발을 구르며 “택시나 버스나 도대체 언제 오느냐”고 중얼거렸다. 시민 강상원씨(39)는 “이 정도 줄이면 택시가 와도 몇 대나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시간 강북구 4호선 길음역 인근 상황도 비슷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부터 지하철역 입구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계단과 개찰구 주변은 북새통을 이뤘다. 출근 시간대 지하철을 타려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자 승강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열차 문이 열리자마자 “밀지 마세요”라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출근 시간대 경기도와 서울을 오가는 시민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경기도민은 서울 시내버스 파업 관련 안내문자를 받지 못해서 피해가 더 컸다. 수인분당선과 5호선 환승역인 왕십리역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씨(28)는 "매일 탑승하는 '9401'번 버스를 기다리다가 오지 않아 급히 지하철역으로 향했다"며 "평소보다 출근이 30분이나 늦어졌다"고 하소연했다.
고양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허모씨(31)는 “버스 파업 소식은 알고 나왔지만 혹시 몇 대라도 다닐까 해서 나와봤다”며 “전광판에 다 차고지라고 떠 있어서 바로 택시를 잡으러 나왔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택시 호출조차 쉽지 않다며 회사 출근에 큰 불편을 겪고있다고 불평을 터트렸다. 길가던 한 시민은 “택시 앱을 켜보니 주변에 빈차가 없다고 뜬다”며 “출근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빌딩 청소 용역 등 새벽 일찍 근무를 하는 시민들의 불편은 더 컸다. 강남의 빌딩 청소 업무를 위해 매일 첫차를 타고 출근해 왔다는 여성 김모씨(72)는 “버스가 안 와서 어쩔수없이 택시를 탔다”며 “추운 날씨에 서서 기다리는 것도 힘든데 이게 무슨 일이냐”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한 시민은 “아무리 파업을 해도 출근 시간대에 이러는 건 너무하다”며 “모르고 나왔다가 한파에 몸을 떨었다”고 말했다. 마을버스로 몰린 시민들로 일부 노선은 몇 명만 겨우 탈 수 있을 정도로 혼잡했다. 버스를 놓친 시민들이 한 정거장, 두 정거장 위로 걸어 올라가 다시 줄을 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같은 혼란은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이날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벌어졌다. 서울 시내버스가 파업으로 멈춘 것은 2024년 이후 약 2년 만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과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전날 오후 3시부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막판 교섭을 벌였지만, 10시간 넘는 ‘마라톤 협상’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협상은 13일 오전 1시 30분께 최종 결렬됐다.

이에 따라 서울 시내버스 회사 64곳 소속 조합원 1만8700여 명이 이날 오전 4시 첫차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현재 서울에는 64개사, 394개 노선에서 약 7000대의 시내버스가 운행 중이다.
문제는 전날부터 새벽까지 눈과 비가 내렸고 도로가 얼어붙은 빙판길, 강한 바람까지 겹치면서 체감 불편은 더 컸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나 눈이 이어지고 일부 지역에는 많은 눈이 내릴 수 있다며 교통안전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노조 측은 “13일 하루는 운행이 중단된다”고 밝힌 가운데 한파와 빙판길 속 출근길 혼란이 하루 종일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현재 파업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한 상태다. 지하철 운행 횟수를 하루 172회 늘리고 출퇴근 혼잡 시간대를 각각 1시간씩 연장했다. 막차도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연장 운행한다. 혼잡 역에는 질서유지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비상대기 열차도 마련했다. 25개 자치구는 무료 셔틀버스를 투입해 주요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한다.
김영리/김다빈/김유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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