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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8거래일 만에 S&P 500이 벌써 세 번째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강한 출발을 보이고 있습니다. 11일(현지시간)엔 트럼프 행정부가 중앙은행(Fed) 의장에 대한 형사 기소를 위협하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 증시는 결국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올해도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월가의 기대는 견고합니다.
그런데도 월가 일각에선 2월 전후로, 이르면 이번 주부터 단기적인 조정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경계심이 감지됩니다. 스캇 럽너 시타델증권 주식·파생상품 전략 총괄은 "1월 효과가 옅어지면서 증시 자금 유입이 정상화되고, 현재 억눌려 있는 변동성이 재평가될 여지가 있어 시장이 이를 소화하는 건강한 조정 국면이 예상된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런 단기 하락은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하지만요.
단기 조정이 정말 온대도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월가의 시장 분석가 대부분은 올해 상승 마감을 예상하는 동시에 변동성이 큰 한 해가 될 거라고 봅니다. 지수는 올라도 수면 아래 종목은 크게 요동치는 쉽지 않은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마이클 셈발레스트 JP모건자산운용 회장은 올해 중 10~15% 정도 조정을, '영원한 강세론자' 톰 리 펀드스트랫 최고투자책임자(CIO)도 5월 이후 최대 15~20% '미니 약세장'이 올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변수에도 쉽게 내리지 않는 미국 증시의 체력을 감안하면 의외입니다. 최근 일주일 만에 벌어진 수많은 안팎의 이벤트에도 미국 증시 변동성 지수(VIX)는 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억제돼 표면적으로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단기 과열 신호가 짙어지는 가운데 작은 악재에도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취약성이 관찰됩니다. 과열된 포지션을 정리하고 다음 상승을 준비하기 위한 ‘전술적 대응’이 필요한 때라는 것입니다.

①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 조정
지금 단기 조정론이 나오는 이유는 크게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입니다.
월가는 12일 발표를 앞둔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노무라는 근원 CPI 전월대비 상승률이 11월 0.159%에서 0.451%로 뛰어 컨센서스(0.3%)를 크게 웃돌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달 연방 정부 셧다운으로 누락되었던 주거비(임대료) 데이터가 이번에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서비스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올해 2회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에 실망을 안길 수 있습니다. 이미 12월 실업률이 예상을 하회하면서 월가의 금리 인하는 후퇴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은 올해 인하 전망을 철회하고 연내 동결, 내년 인상으로 전망을 바꿨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UBS는 올해 2회 인하 전망은 유지했지만 인하 시점을 뒤로 미뤘습니다. 이는 빠른 금리 인하를 기다리던 중소형주에 단기적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12월 CPI는 셧다운의 여파가 조정되는 노이즈로 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시장이 완전히 덜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물가 지표가 나올 때마다 Fed 인하를 둘러싼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면서 변동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UBS는 "Fed가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결국 추가 금리 인하는 관세 전가가 끝나고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게 명확해질 때에야 이루어질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② 투자 심리·포지셔닝 과열 징후

둘째, 현재 시장의 투자 심리와 기관들의 포지션은 역발상적 매도 신호가 나타날 만큼 과열된 상태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집계하는 '불 앤 베어' 지수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주식시장은 극단적 낙관 구간에 진입했습니다. 헤지펀드 및 펀드매니저의 주식 포지션, 주식·채권 시장 자금 유입, 증시의 폭(집중도) 등을 토대로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집계하는 이 지수는 현재 10점 만점에 9.0으로 2018년 2월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HSBC가 바이사이드(자산운용사·연기금·보험·헤지펀드 등 실제 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의 주식 선호를 분석해 보여주는 지표(BBSI)도 지난달 약 10여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꺾이는 초기 둔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낙관이 훨씬 강하지만 레버리지를 추가로 늘리기보단 이익 실현과 포지션 미세 조정을 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알고리즘에 따라 운영되는 시스템 전략 자금의 주식 자금 배분 정도도 11월 말부터 꾸준히 올라 상승 여력이 고갈되고 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S&P 500이 상승(+3.5%)할 경우 이들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자금은 최대 20억 달러를 매수하지만, 하락(-2.9%)할 경우엔 최대 1270억 달러의 자동 매도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 중엔 VIX가 낮으면 주식 비중을 늘리고 VIX가 높아지면 주식 비중을 줄이는 볼 컨트롤(Vol Control) 전략 자금도 있습니다. 이들은 최근 VIX가 낮게 유지되면서 이 자금도 이미 주식 비중을 꽤 많이 채운 상태입니다. 만약 예상치 못한 뉴스로 변동성이 조금만 커져도 알고리즘이 기계적으로 매도 물량을 쏟아내 증시 하락 폭을 키울 수 있는 비대칭적 리스크 국면이라는 뜻입니다.
③ 잠잠해 보이는 VIX의 함정
VIX도 지수 자체는 낮아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하락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VIX는 향후 한 달 간 S&P 500이 얼마나 위아래로 흔들릴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옵션 가격으로부터 추정한 지수입니다. 즉 지수 전체의 평균적인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베팅 수준을 보여주는 것인데, 여기엔 평균의 함정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추가 상승보단 큰 폭의 하락에 대비해 풋 옵션(하락 보험)을 사고 콜 옵션(상승 베팅)은 파는 경우에도 평균값으로는 콜·풋 가격 변동이 서로 상쇄돼 크게 움직임이 없어 보입니다. 하락 베팅이 늘어도 VIX 레벨은 비슷하게 유지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최근 옵션 시장에선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는 1월 9일로 끝난 한 주 간 폭락에 대비하는 풋 옵션 가격이 비싸지고, 소폭이라도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 옵션의 가격은 하락했다면서 "VIX 지수 레벨은 그대로였지만 방어적 포지셔닝이 유의미하게 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만약 크게 빠지면 대비해야 한다'는 불안을 느끼는 시장 참여자들이 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종목들이 함께 오르내리는 상관성이 낮아지고 있는 점도 VIX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A 종목이 크게 떨어져도 B 종목이 오르면 전체 인덱스는 지탱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엔 섹터별 순환매가 강화되고 AI 주식 사이에서도 선별적인 주가 흐름이 나타나면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원유와 금을 제외한 대부분 자산의 내재 변동성은 1년 범위 하단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즉 가격에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럽너가 "2월에 변동성이 재평가되면서 건강한 조정이 올 수 있다"고 한 것은 이런 현상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됩니다.
④ 정책 불확실성
연초부터 쏟아지고 있는 정책적 변수들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요인입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생활비 부담 낮추기에 총력전을 펼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용카드 금리 상한제, 약값·보험료 인하 등에 이어 직접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부 개입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와 Fed 간 갈등, 국제비상경제권한법 근거 상호관세 관련 대법원 판결, 1월 말 FOMC 등 전개를 지켜봐야 할 이벤트도 많습니다.무엇보다 베네수엘라, 쿠바, 멕시코, 이란, 러시아, 중국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 간 그린란드를 놓고 갈등이 깊어지면서 나토(NATO) 체제의 균열이 가시화하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자극될 수 있습니다.
물론 적어도 올해 시장은 장기적인 부작용보단 트럼프의 정책이 가져올 단기적인 경기 부양 효과에 더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습니다. JP모건은 "금융 시장은 지정학적 긴장으로 인한 위험 회피 압력보다는 위험자산 선호 및 경기 부양에 유리한 환경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변동성에 대비하는 방법
이런 환경에서 변동성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통 증시 하락을 예상하면 UVIX, UVXY 같은 VIX 연계 파생상품을 투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순환매가 벌어지면서 VIX가 낮게 유지되는 환경임을 감안하면 변동성 헤지 수단으로 VIX 파생상품이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대신 대형 기술주처럼 밸류에이션과 집중도가 높은 주식보단 가치 성향의 경기민감주 비중을 늘리며 순환매의 흐름에 적극 편승해야 한다는 게 월가의 중론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 주식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1분기 전략은 주식시장에서 후퇴하는 게 아니라 함께 순환하는 것"이라며 은행, 기초 소재·원자재, 산업재, 부동산, 중소형주 등 경기민감주로 비중을 옮길 것을 제시합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섹터입니다.

민감주 가운데 골드만삭스, 에버코어 ISI 등은 중산층 위주 소비재 섹터에도 주목합니다. K자 양극화 경제가 심화하면서 저소득층을 주고객으로 하는 기업보단 중산층 타깃 기업이 더 유망해보인다는 이유입니다.
대형 기술주 바스켓인 '매그니피선트 7'에 대해선 매도하지는 않되 추가 비중 확대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럽너 역시 "기관투자자들은 기존 주도주에 비해 부진했던 섹터로 전환하고 있다"며 "여전히 대형 기술주에 대한 지수 집중도가 높은 상황에서 거래가 붐비지 않는 (저평가된) 섹터로 자금을 점점 더 분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물론 AI 기술주는 올해도 증시의 주도적인 역할이 기대됩니다. 특히 여전히 AI의 가장 큰 병목으로 지목되는 전력, 메모리 반도체, 핵심 인프라 관련 기업들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다만 밸류에이션과 실적, 투자 수익성,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 여부 등에 따라 주가 상승률이 더 첨예하게 갈릴 수 있다는 게 핵심입니다.
또 인플레이션과 화폐 가치 하락, 지정학적 리스크를 동시에 방어할 수 있는 헤지 수단으로 금, 은, 구리, 리튬 등 금속·원자재와 전략 광물, 관련 채굴 기업도 꾸준히 관심이 필요합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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