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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재테크'로 자리잡은 ETF, 순자산 첫 300조원 넘었다

입력 2026-01-13 15:33   수정 2026-01-13 15:34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이 처음으로 3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6월 200조원 돌파 후 불과 6개월여 만에 몸집을 100조원 더 불렸다. 금과 원유, 희토류 등 투자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펀드 대비 저렴한 수수료로 편리하게 매매할 수 있다는 매력으로 금융상품시장의 판도를 뒤바꿨다는 평가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ETF의 순자산은 지난 8일 기준 310조8440억원에 달한다. 2002년 국내에 처음 ETF가 등장한 뒤 2023년 6월 순자산 100조원을 돌파하기까지 21년이 걸렸으나, 그로부터 2년반 만에 3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에만 173개 상품이 신규 상장해 전체 ETF 상품 수는 1000개를 넘어섰다.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958개)를 웃도는 규모다.

ETF는 지난해 개인 투자자들의 압도적인 선호에 힘입어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서 지위를 더욱 강화했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는 증시 활황에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6조3675억원어치 주식(ETF 제외 기준)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ETF를 포함하면 개인 순매수액이 8조8450억원으로 불어난다. 국내 개별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도 ETF는 35조원어치 넘게 사들인 것이다.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사고팔 수 있으면서 국내외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매력이 개인 수요를 빨아들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ETF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5조4917억원으로, 전년 3조4809억원에서 2조원 이상(57.8%) 증가했다. 지난해 순매수 상위에는 ‘KODEX 200’(1조3382억원)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1조3028억원) ‘TIGER 200’(5894억원) 등 시장 대표지수 ETF가 올랐다. 작년에만 두 배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들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해는 코스피200 추종 ETF에만 투자해도 마음 편하게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ETF 덕분에 개인들이 수익을 내기가 쉬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TF는 금, 은, 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개인들의 접근성도 끌어올렸다. 금값이 급등한 지난해 개인들은 ‘ACE KRX금현물’ ETF를 1조201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과거 개인들의 금 투자는 은행 골드뱅킹(금 통장)에 가입하거나 골드바 실물을 매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보관의 어려움과 세금 부담이 큰 골드바 매입 대신 골드뱅킹이 인기를 끌었지만, 다소 불편한 가입 절차와 은행에 내는 1%대 수수료는 부담 요인이었다. 반면 대표적 ACE KRX금현물은 총보수율이 연 0.19%로 은행 골드뱅킹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덕분에 최근 1년간 이 ETF의 순자산은 3조1317억원 증가했다.

과거 개인들이 접근하기 힘들던 원유와 희토류, 채권 등에도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는 ‘PLUS 글로벌희토류&전략자원생산기업’ ‘KODEX WTI 원유선물(H)’ 등 다양한 원자재 상품이 상장돼 있다.

공모펀드 관련 불신 증가도 개인의 ETF 이동을 부추겼다. 적립식 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2005~2006년 당시 개인들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펀드에 투자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막대한 손실을 경험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연 2%에 달하는 높은 수수료와 어디에 투자하는지도 알기 어려운 ‘깜깜이 구조’, 투자금을 찾기까지 1~2주씩 걸리는 낮은 환금성 등 공모펀드의 단점이 한꺼번에 부각됐던 사건”이라며 “적지 않은 개인에게 투자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했다.

공모펀드와 달리 ETF는 포트폴리오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낮게는 연 0.01% 수준에 불과한 수수료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한 운용사 ETF본부장은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매수·매도할 수 있고 현금 인출까지 이틀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ETF가 갈수록 인기를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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