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오모씨는 지난해 장판에 현금을 보관했다가 낭패를 봤다. 만원권 약 592장을 넣어뒀는데 장판에 눌리면서 화폐가 손상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은행에 찾아가 교환을 받는 데 성공했지만 아찔했다.김모씨(충북 거주)는 오만원권을 신문지로 감싸 창고에 보관했다가 화폐가 습기로 손상됐다. 광주에서 사업하는 이모씨는 업장 내 화재가 나면서 현금이 불에 타버렸다. 이들 역시 한은에 찾아가 교환에 성공했다.

13일 한은이 발표한 '2025년 중 손상화폐 폐기 규모'에 따르면 이들처럼 화폐가 손상돼 폐기된 금액은 지난해 2조8404억원으로 집계됐다. 화폐 낱개 수로는 3억6401만장에 해당한다. 한은은 은행권(지폐)은 만원권과 천원권을 중심으로 2억9518만 장(2조8286억원), 주화(동전)는 100원화와 500원화를 중심으로 6882만 장(118억원)을 폐기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폐기된 물량을 낱장으로 길게 이으면 총 길이가 4만4043km로 지구 한바퀴(약 40,000km)를 돌고 남는 수준"이라며 "층층이 쌓으면 총 높이는 14만7017m로 에베레스트산(8849m)의 17배, 롯데월드타워(555m)의 265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다만 손상화폐 규모는 2024년(4억7489만 장) 대비 23.3% 줄었다.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손상화폐는 손상 범위에 따라 한은에서 교환이 가능하다. 남아 있는 면적이 4분의 3 이상이면 액면금액 전액을, 5분의 2 이상∼4분의 3 미만이면 반액으로 교환된다. 5분의2 미만으로 남은 경우는 무효로 처리된다. 불에 타 구분이 어려운 경우엔 무게를 재는 등 다른 방법으로 금액이 평가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화폐를 깨끗이 사용하면 매년 화폐제조에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돈 깨끗이 쓰기' 홍보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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