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홀서빙 직원들을 손님이 없는 시간대에 자율적으로 쉬게했다면 '휴게시간'을 보장하려고 노력한 것이므로, 그 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주지 않았어도 임금체불로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업주가 직원의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노력한 정황이 있다면 임금체불의 '고의'를 물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근로 시간 중간에 브레이크타임을 길게 두고 있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휴게시간 확보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은 최근 근로기준법,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식당 대표 A씨에 대해 이같이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식당은 점심 피크 시간이 끝난 1시부터 본격적인 저녁 장사 시간은 6시 전까지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돌아가면서 쉬는 구조였다. 근로계약서에도 휴게시간 3.5시간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별도 휴게 공간은 없었고, 구체적으로 직원별로 몇시부터 몇시까지 쉬는지 정해놓거나 휴게시간을 체크하는 규정은 없었다.
이에 B씨는 "실제로는 1시간만 쉬었다"며 나머지 2.5시간에 대한 미지급 임금과 퇴직금 차액 총 1046만 9223원을 달라고 주장했다. B씨는 "손님이 언제 올지 모르는 기다리는 '대기시간(근로시간)'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검사는 이를 받아들여 A씨를 기소했다.
대법원은 대기시간이나 휴식·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근로시간으로 본다.
재판부는 식당의 점장, 직원이었던 증인들이 "2시경 점심을 먹은 뒤 오후까지 돌아가며 쉬었다", "3시쯤 식당 3층에 올라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쉬다 내려왔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한 점을 근거로 휴게시간이 보장됐다고 봤다. 이들은 이미 퇴사한 상태라 거짓 진술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 B가 근무할 당시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 등 손님이 급감해 업무 강도가 줄어든 것도 판단에 힘을 실었다.
특히 사장 A씨가 1시부터 6시까지 아르바이트생을 추가로 고용하고 본인이나 배우자가 업무를 보며 직원들의 휴식을 보장하려 노력한 정황도 확인됐다.
휴게시간을 '3.5시간'으로 개략적으로 정한 점도 문제가 됐지만, 재판부는 "불특정 시간대에 방문하는 고객들을 응대하는 홀서빙 업무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고, 고객의 식당 방문이 적은 시간대를 활용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휴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A사장 입장에선) 법률상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대기시간'과 '휴게시간' 구분이 어렵다"며 "근로계약에 따른 휴게시간을 부여한 것으로 생각했을 여지도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D씨가 근무 당시에는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않다가 퇴직 후에야 진정을 넣은 점을 들어, A사장이 애당초 법적 분쟁의 소지를 인식할 만한 계기가 없었다는 점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비록 휴게시간이 법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하에 있는 대기시간'에 해당할 여지가 있더라도, 실제 휴식이 이뤄졌고 사업주가 이를 휴게시간으로 믿었다면 형사상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판결은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판단일 뿐 민사상 임금 청구 가능성까지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주의를 촉구했다. 이번 사건에서 A사장은 △동료 직원들의 증언 △사장 가족 및 알바생을 활용한 대체 근무 등 조처를 한 것이 인정돼 "법을 위반할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법원이 감안해 줬지만, 다른 사건이었다면 충분히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는 취지다.
정 변호사는 "휴게시간이 대기시간으로 인정되지 않으려면, 휴게시간의 시작과 끝을 명확하게 공지하거나, 휴게 공간을 업무 공간과 분리하는 등 '지휘·감독'에서 벗어났음을 증빙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영세 사업주들에게 쉽지 않지만 실제 휴게 현황을 기록 관리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노무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민형사상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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