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정부에 의사 수급 추계 작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의대교수협)는 13일 '우리 아이들을 의대라는 감옥에 가두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지금 늘린 의대생들이 10년 뒤 현장에 나오면 기술에 자리를 내주고 유휴 인력이 될 위험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최근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의 분석에 따라 의대 정원을 확대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의사 인력의 과잉 공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추계위는 2040년에 의사 인력이 최대 1만1136명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대교수협은 교육 인프라의 한계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정치는 눈앞의 선거를 보지만, 교육과 의료는 백 년 뒤를 봐야 한다"며 "현재 전국 의대는 24, 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유례없는 '더블링' 사태로 신음하는데, 이들이 본과에 진입하는 2027년부터는 해부학 실습조차 불가능한 교육 불능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현행 의사 수급 추계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들은 "조만간 결정될 근시안적인 2027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결정은 인적 자원을 한곳에 몰아넣고 고사시키는 비극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2027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확정 계획을 멈추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과학적 인력 수급 모델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달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학부모들을 향해서는 "아이들에게 의대라는 '안전해 보이는 감옥'을 강요하지 말라"며 "'의사 고소득의 환상'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국회에 발의된 이른바 '국립 의전원 설립법'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해당 법안은 의학전문대학원 형태로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졸업생은 의사 면허 취득 후 15년간 정부가 정한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의대교수협은 "지난 정부의 폭력적인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뒤이어 이번 정부는 '공공의대 신설과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라는 우회적인 방식으로 증원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인구 소멸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해 국가의 소중한 인적 자원을 비효율적인 구조 속에 가두는 중복 과잉 투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추계위의 중장기 부족 의사 추계 수치를 의대 정원 결정에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반영할지를 놓고 본격적인 선택의 국면에 들어선 상태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는 이날 오후 3차 회의를 열고 2027학년도 이후 의사인력 양성 규모를 논의할 예정이다.
3차 회의 안건은 추계위가 제시한 중장기 수급 전망을 의대 정원 산정에 어떤 방식으로 대입할 것인지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지역 의료 격차 및 필수·공공의료 인력 부족 해소 △미래 의료환경 및 정책 변화 △의과대학 교육의 질 확보 △양성 규모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 등을 정원 심의 기준으로 제시해 왔는데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 간 우선순위를 어떻게 설정할지를 놓고 집중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의사 단체의 반발도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 추계가 성급하다고 주장하며, 이날 자체 의사 수급 추계 결과를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추계와 다른 수치를 제시해 정원 논의의 근거를 흔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민형 기자 mean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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