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비롯해서 이번 'CES 2026'에 참여한 많은 기업들이 근시일 내 상용화될 수 있는 수준의 휴머노이드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휴머노이드 상용화 시점이 5~10년 뒤가 아니라 더 빨라질 것 같다."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2일 부처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공공기관 업무보고 자리에서 중국 휴머노이드 기술이 상용화 수준에 이를 만큼 빠르다는 데 주목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휴머노이드뿐 아니라 TV·로봇청소기 등 가전 분야에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배 부총리 언급처럼 중국 기업들은 지난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을 통해 한층 더 고도화된 기술력을 선보였다.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특히 경쟁력이 두드러졌다. 중국 유닉스AI는 집안일 등을 대신할 수 있는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완다2.0'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차를 우려내거나 호텔 객실을 정리하는 기능을 시연해 CES 관람객들 시선을 집중시켰다. 세탁물을 세탁기에 넣고 옷과 이불을 정리하는 홈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로봇이다.
이 로봇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 대당 5만~6만달러에 출시됐다. LG전자가 '가사해방'을 목표로 CES에서 공개한 홈로봇 'LG 클로이드'보다 먼저 시장 선점에 나섰다. 클로이드의 경우 내년 중 실증을 거친 이후에야 출시일이 정해질 예정이다. 유닉스AI는 중국과 유럽, 북미에서 완다2.0을 출시했다. 한국 출시도 희망하고 있다.
유닉스AI를 포함해 총 20곳의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이 CES에 참가했다. 올해 CES에 참가한 주요 휴머노이드 기업 중 60%가 중국 업체였던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니아 집계를 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출하된 휴머노이드 약 1만3000대 중 대다수는 중국 기업들이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TV 부문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따라붙는 분위기다. 한국 기업들이 강점을 갖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선 '새판짜기'를 시도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중국 TCL은 슈퍼퀀텀닷(SQD) 미니 LED TV로 기술력을 강조하고 있다. 하이센스는 세계 최초 4색 마이크로 LED TV를 선보여 경쟁사 관계자들의 발길을 잡았다. 창홍도 100인치 'RGB-미니 LED' 월페이퍼 TV를 가장 전면에 내세웠다. 다만 한국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130형 마이크로 RGB TV를 꺼내들어 '가짜 RGB' 논란에 휩싸였던 TCL과의 차이를 드러냈다. LG전자는 두께 9㎜ 무선 월페이퍼 TV 'LG 올레드 에보 W6'로 초슬림 경쟁력을 드러냈다.
박형세 LG전자 MS사업본부장(사장)은 CES 당시 경쟁사 전시공간을 둘러본 뒤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기술경쟁력은 저희가 중국에 뒤처지진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새판짜기 시도는 올해 TV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 국내 제조사들은 TCL이 '미니 LED TV'를 하이엔드 제품군으로 내세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집중된 프리미엄 TV 수요를 공략하려는 시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니 LED TV도 프리미엄 제품"이란 인식을 갖도록 유도해 OLED TV를 사려던 소비자들을 불러모으겠다는 구상이다.
로봇청소기에선 중국 기업들이 강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가 10㎏ 커틀벨을 들어올릴 정도의 흡입력을 갖추면서 물걸레 100도 고온 스팀 기능을 탑재한 로봇청소기를 공개해 반전을 시도했지만 로보락·드리미·모바 등 주요 중국 기업들도 혁신을 선보인 것이다. 로보락은 '로봇 다리'를 장착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로봇청소기 '사로스 로버'를 공개했다. 계단을 오르내면서 동시에 청소도 가능한 제품이다. 출시일은 나오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판매될 가능성이 크다. 드리미도 계단을 이동할 수 있는 로봇청소기(사이버 X)를 선보였고 모바는 드론을 이용해 공중에 뜬 상태로 이동하는 '파일럿 70'을 시연했다.
업계 관계자는 "'추격'이란 말로 시장 상황을 요약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과 국내 기업들 간의 기술 격차나 경쟁 구도가 혼재된 상태"라며 "가전의 큰 틀에서 보면 제품마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도 다르고 중국 제품을 '가성비', '보급형'이라고만 볼 수 없을 정도여서 올해 특히나 더 기술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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