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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망하길 바랐던 불만투성이…이젠 인류의 구원자?

입력 2026-01-13 17:14   수정 2026-01-14 00:43


유명 로맨스 작가인 캐럴 스터커(레아 시혼)의 신작 낭독회. 팬들은 두 눈을 빛내며 소설 속 사랑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캐럴 역시 숨겨진 ‘떡밥’을 귀띔해주며 팬들을 즐겁게 한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직후 캐럴의 웃음은 완전히 사라진다. “내 작품은 쓰레기야. 저들도 그렇고.”

고향인 앨버커키로 돌아오는 길. 정체불명의 뭔가가 인간들을 덮친다. 세상이 망하길 바라던 불만투성이 캐럴. 하지만 세상을 구해낼 유일한 존재 또한 바로 그녀다.

SF 호러 코미디 ‘플루리부스 : 행복의 시대’는 애플티비가 극비리에 준비해온 야심찬 기획이었다. 시청자들의 기대도 대단했다. 범죄 드라마의 고전 ‘브레이킹 배드’, 그 스핀오프인 ‘베터 콜 사울’의 제작자 빈스 길리건이 모처럼 새로운 세계관으로 선보인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즌1을 종결한 ‘플루리부스’는 시청자들의 기대를 어느 정도 채운 것 같다. 지난해 11월 9부작의 도입부를 첫공개한 직후, 애플티비의 역대 최대 시청 기록을 경신하며 화제를 모았던 터다. 확실히 ‘브레이킹 배드’나 ‘베터 콜 사울’에서 느낄 수 있었던 즐거운 긴장감과 호기심을 ‘플루리부스’의 도입부에서도 접할 수 있다.

외계에서 온 수상한 신호를 과학자들이 분석하면서 사건들은 시작된다. 이 신호는 누가 왜 보낸 것일까. 인류는 어떻게 될까. ‘플루리부스’는 불길한 분위기 속에서 서두르지 않고 하나씩 하나씩 질문을 던진다. 빈스 길리건은 전작에서도 그랬듯 지루한 설명 따위는 하지 않으며, 오직 인물의 선택을 숨죽여 지켜보게 만든다. 답을 찾는 것은 시청자의 몫이다.

따라서 ‘플루리부스’를 온전히 즐기려면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보는 게 낫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피하면서 조심스럽게 리뷰를 채우자면, 드라마의 도입부엔 잘 만든 좀비 호러 영화에서 느껴지는 쫀쫀함이 있다. 우리에게 공포를 주는 낯선 대상이 좀비도 괴물도 아니며, 신체를 강탈당한 존재도 아니라는 것이 더 섬뜩한 요소다.

주인공이 싸워야 하는 상대는 평범한 이웃이자 모든 인류다. 즉 빌런(악당)이 있긴 한데, 이 빌런이 다른 SF호러의 빌런들처럼 잔혹하거나 맹목적이지 않으며, 그 의도 또한 악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플루리부스’의 행복엔 어떤 조건이 있다. 하지만 캐럴은 자신의 자의식을 절대로 버리지 못하는 인간이다. 그 자의식 때문에 하루하루 고통스러울지라도. 손쉬운 행복이 손만 뻗으면 닿을 곳에 있는데, 왜 어떤 사람들은 이를 거부하는 걸까. 우리 모두의 완전함과 오히려 맞서 싸우는 캐럴의 모습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시청자들은 거대한 계획의 정체에 대해 아주 찔끔 알아낸 게 전부다. 문제는 앞으로 어떤 위기가 어떤 식으로 닥쳐올지, 그 예측마저 어렵다는 점이다. 애플티비의 또 다른 문제작이었던 ‘세브란스’의 호기심 자아내기 전략이 ‘플루리부스’에서도 계속 통할까. 제작이 확정된 시즌2의 전개 방향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김유미 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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