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내 반정부 시위로 인터넷 차단이 100시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시위 변수로 떠올랐다. 스타링크가 인터넷 우회 수단으로 사용되면서다. 시위대를 외부와 단절하고 강경 진압하려는 이란 정부는 스타링크 차단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란 시위대에 스타링크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군 지상 통신망이 파괴됐을 때도 스타링크 역할이 컸던 만큼 각 전쟁 및 분쟁 지역에서 스타링크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란 정부의 인터넷 차단에 대응해 시위대에 스타링크 단말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가능하다면 인터넷을 다시 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와 통화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링크를 운영하는 머스크 CEO와 통화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지난 8일 저녁부터 이란 내 인터넷 서비스를 완전히 차단 중이다. 지난달 28일 경제난으로 촉발된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격화하자 강경 진압에 나서며 시위대와 외부를 단절시킨 것이다. 인터넷 모니터링 업체 넷블록스는 “외부와의 연결은 평소 수준의 1%에 불과하다”며 “유선 인터넷과 모바일 데이터 및 통화 차단에 더해 다른 통신 수단에 대한 공격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이란 정부가 인터넷을 차단하자 저궤도 위성 서비스 스타링크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동통신 기지국과 광케이블 등 기존 통신 인프라가 차단된 곳이라도 스타링크 단말기만 있으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쏘아 올린 스타링크 위성도 1만 대를 넘어 다른 기업 대비 성능이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위대 일부는 스타링크를 통해 인터넷 우회 접속을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터넷 차단 이후 이란 내부에서 X(옛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전해지는 시위 사진과 정보는 대부분 스타링크를 이용해 전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란에서 스타링크 단말기를 소유하는 건 불법이지만 이란 현지 매체 이란와이어에 따르면 이란 내 스타링크 가입자는 4만~5만 명이다.
그동안 이란 정부는 유엔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이란 내 스타링크 서비스 제공 중단을 요구해왔다. 이란에서 스타링크가 사용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2022년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문사한 후 시작된 반정부 시위에서도 스타링크 역할이 주효했다. 당시 머스크 CEO는 이란 시위대에 스타링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12일간 인터넷이 차단된 시기에도 일부 사용자는 스타링크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외신 등은 전쟁 이후 이란이 드론 대응을 이유로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교란해온 점도 스타링크 차단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스타링크 수신기는 저궤도 위성군과 연결하기 위해 GPS 신호를 활용해 위치를 파악하는데 이 같은 교란이 접속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인권단체 미안그룹의 아미르 라시디 이사는 이 같은 군사급 전파방해 신호는 처음이라고 짚었다. 라시디 이사는 “관련 기술이 매우 정교하다”며 “GPS 신호 교란 외 수단도 동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개발된 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가 이란 정부에 공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군사 정권이 반복적으로 인터넷을 차단해온 미얀마에서도 반군 세력과 구호 단체, 의료진 등이 통신 수단으로 스타링크를 사용해왔다. 수단에서 수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통신이 끊기자 정부군과 반군 모두 스타링크를 이용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간 기업의 판단이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좌우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22년 9월 우크라이나군은 머스크 CEO의 스타링크 통신 차단 지시로 작전을 수행하는 데 실패했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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