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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을 반드시 파괴해야 한다. 그들이 애플의 아이디어를 훔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핵전쟁도 불사할 것이다.”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생전 구글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사후 15년이 흐른 2026년, 애플은 미래 OS 개발의 핵심 파트너로 구글을 선택했다. 자존심 센 애플이 ‘적과의 동침’을 택할 만큼 구글의 인공지능(AI) 경쟁력이 독보적으로 높아졌다는 평가가 월가에서 나온다.

◇‘시리’ 구동 동력은 제미나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전날보다 1.09% 오른 332.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석 달간 40% 급등했다. 장중 시가총액 4조달러(약 5800조원)를 돌파하며 ‘4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이날 애플과 구글은 공동성명을 내고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글의 ‘제미나이’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하는 다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구글의 AI 기술은 애플이 올해 선보일 ‘애플 인텔리전스’와 차세대 음성비서 ‘시리’의 핵심 구동 동력이 된다. 애플은 “신중한 평가 끝에 구글의 AI 기술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위한 가장 유능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의 구체적인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1월 양사가 연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빅딜’ 소식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알파벳 주가는 장중 한때 1.5% 이상 상승하며 시가총액 4조달러를 터치했다. 이후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지만 알파벳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에 이어 네 번째로 시가총액 4조달러를 돌파한 기업이 됐다. 알파벳은 지난 7일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2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구글은 한때 제미나이의 전신인 ‘바드’ 등이 혹평받으면서 AI 경쟁에서 오픈AI에 뒤처진다는 인식을 줬으나, 지난해 12월 제미나이3를 내놓으면서 평가를 반전시켰다.
최근 출시한 ‘아이언우드’ 등 AI 가속기 칩과 구글 클라우드의 선전 등도 구글에 대한 시장 반응을 끌어올렸다.
◇IT·유통·금융으로 AI 영토 확장
구글은 월마트에 이어 애플과도 손을 잡으며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으로 떠올랐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알파벳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검색과 유튜브, 안드로이드 생태계로 쌓은 사용자 데이터와 네트워크에 더해 엔비디아의 고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추론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를 확보해서다.구글은 이 같은 확장성을 바탕으로 정보기술(IT), 유통, 금융 등으로 AI 영토를 넓히고 있다. 오픈AI가 아직 생성형 AI라는 테두리에 머물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11일에는 대형 유통 기업 월마트와 손잡고 AI 쇼핑 서비스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AI가 소비자가 원하는 가장 적합한 물건을 가장 싼 가격으로 몇 초 사이 찾아주는 것이다. 삼성전자와는 올해 제미나이 기반 스마트폰 생산을 8억 대로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CES 2026’에서 제미나이를 적용한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딥워터자산운용의 진 먼스터는 “올해 M7(매그니피센트7) 중 알파벳이 가장 선전할 것”이라며 “빅테크 AI 통합의 중심에 제미나이가 있으며 사용자도 챗GPT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파벳 주가가 급등하면서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서학개미는 최근 3개월간 알파벳 주식을 19억달러(약 2조80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제치고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랐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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