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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만으론 못 버텨"…금감원 젊은 직원 이탈 가속

입력 2026-01-13 17:17   수정 2026-01-14 02:09

한때 높은 연봉과 안정성 등으로 ‘신의 직장’으로 불린 금융감독원에서 실무 인력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민간 금융회사와의 보수 격차가 벌어진 데다 정치권 외풍 등에 시달리면서다.

13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에서 퇴직하고 취업 심사를 통과한 직원은 총 50명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금감원 직원은 총 2175명이다.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이 퇴직 후 3년 이내 재취업하려면 퇴직 전 5년간 맡은 업무와 재취업 예정 회사 간 연관성이 있는지 등을 따지는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해 민간에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자 중 3·4급 직원은 총 27명으로 전체 퇴직자의 절반을 넘겼다. 3급(수석조사역·팀장)과 4급(선임조사역)은 조직 내 ‘허리급’에 해당한다. 이직자 중 3급 이하가 과반을 차지한 건 최근 5년 동안 처음이다.

과거엔 주로 2급 이상 간부가 민간 금융사 임원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직자 중 3·4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29.4%에서 2024년 43.9% 등으로 매년 상승하는 추세다.

금감원에서 실무급 직원 이탈이 증가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민간 대비 턱없이 낮은 보수가 꼽힌다. 최근 몇 년간 피감기관인 민간 금융회사의 연봉이 가파르게 오르며 격차가 벌어졌다. 금감원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1억852만원(2024년 기준)이다. 같은 해 국내 4대 금융그룹 평균 연봉은 1억6000만~1억7800만원 수준이다. 금융회사 임직원 1인당 지급된 성과보수는 평균 1억5900만원에 달한다.

과중한 업무량과 보수적인 문화, 정치권 간섭 등도 금감원 젊은 직원이 이직을 생각하는 이유로 꼽힌다. 금감원 한 직원은 “이번 정부 들어 정치권에서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공공기관 재지정 이슈 등이 터져 나오며 회의를 느낀 직원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가상자산거래소와 일반 기업 등으로 이직하는 직원도 늘었다. 지난해 금감원에서 가상자산업계로 재취업한 직원은 총 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속도를 내면서 가상자산업계의 전관 영입 경쟁이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비롯해 법무법인 율촌, 세종, 바른 등 대형 로펌으로 총 12명이 자리를 옮겼다. 그밖에 온라인 리셀 플랫폼과 건설회사, 제조업체 등 일반 기업에 취직한 사례도 있다.

금감원 출신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엔 명예나 자부심 등으로 버텼지만 현실적인 이유도 무시할 수 없어졌다”며 “조직 쇄신과 처우 개선이 없다면 인력 유출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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