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는 인공지능(AI)으로 촉발된 ‘바이오 혁명’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엔비디아와 일라이릴리는 로봇이 스스로 실험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연구소를 설립하겠다며 신약 개발 분야에서 ‘피지컬 AI’ 시대가 열렸음을 선언했다. 화이자는 의약품 제조에서도 AI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12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제약 바이오산업 행사인 JPMHC 2026에서 킴벌리 파월 엔비디아 헬스케어 부문 부사장은 “이제 신약 개발의 축은 실험이 아니라 ‘연산’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미국 최대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와 ‘공동 연구소’ 구축을 선언하며 이같이 말한 것이다. 파월 부사장은 “현재 AI 신약 개발에서 AI가 담당하는 연산 부분은 10%에 불과하다”며 “90%는 여전히 전통적인 실험이 주도하고 있지만, 이를 뒤집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핵심은 연속 학습 시스템을 통해 신약 개발에 걸리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엔비디아가 이달 초 공개한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을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의 AI 신약 개발 과정에서는 AI가 연구진이 만든 데이터를 받아 학습하는 방식에 머물렀다. 일라이릴리와의 공동 실험실에서는 AI가 설계한 분자를 로봇이 즉시 실험해 그 결과를 도출하고, 다시 AI를 학습시키는 ‘랩 인더 루프(lab-in-the-loop)’를 마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로봇팔 도입을 통한 실험뿐만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험실 도입 가능성까지 제시됐다. 실험실은 회사마다 구조가 다르고, 표준화돼 있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등장한 로봇 기술과 이에 내장된 AI 기술을 활용하면 실험실 내에서도 로봇이 충분히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최고경영자(CEO)도 “우리의 방대한 데이터와 과학 지식, 엔비디아의 연산 능력 및 모델 구축 전문성을 결합하면 엄청난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파월 부사장은 이에 대해 “세포·유전자 치료제 제조 공정에서 제조비용을 약 70% 절감했으며, 동일한 실험 면적에서 처리량을 약 100배까지 끌어올렸다”고 소개했다.
전통 제약사들도 AI 활용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CEO는 “AI는 비용 56억달러(약 8조2500억원)를 절감하는 데 기여했다”며 “제조뿐 아니라 조직 전반에 걸쳐 AI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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