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일 1470원을 돌파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470원을 웃돈 것은 작년 말 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 이후 20여 일 만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날보다 5원30전 오른 1473원7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3일(1483원60전) 후 최고가다. 지난해 말 수십억달러 외환보유액을 쏟아부은 외환당국의 실개입 효과가 해가 바뀌자마자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1420원으로 떨어진 환율은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올랐다. 이 기간 오름폭은 43원50전에 달했다.올 들어 환율이 오른 것은 미국 달러 강세와 일본 엔화 약세가 동시에 겹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서학개미는 미국 주식 순매수를 이어가고,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에만 국내 주식을 459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4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원화 약세에 대한 시장의 기대 심리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작년 말부터 사실상 전 부처를 동원해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백약이 무효한 상황이다. 이날은 관세청이 나서 수출기업 1000여 곳에 외환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수출대금 환전을 미루거나 수입대금 지급 시기를 늦추는 행위를 집중 점검한다는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기업들이 편법으로 달러를 보유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또다시 기업의 팔을 꺾어 달러 환전을 압박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관세청 '수출기업 때리기'…효과 없는 대책 쏟아낸 정부

지난해 1~11월 관세청에 신고된 수출액(6401억달러)과 실제 수령된 무역대금(4716억달러) 차이는 1685억달러로 최근 5년 내 최대치다.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기업들이 수출대금 회수를 늦춘 결과다.
예컨대 A기업이 해외 거래처로부터 받은 수출대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지사 계좌에 보관하다가 다른 해외 거래처에 지급할 채무가 생기면 이를 현지에서 외환당국에 미보고 상계 처리한 것 등이 있다. 이처럼 수출채권을 회수하지 않은 것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외환당국에 관련한 신고·보고 의무를 하지 않은 경우 등은 불법 외환거래로 분류된다.
해외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대기업은 현지 시설 투자 등의 목적으로 수출대금 일부를 국내에 들여오지 않는 곳이 적잖다. 이런 경우도 외환관리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며 외화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입장이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기업에 네고 물량 출회 압박을 하거나 외환 거래 조사 등에 나서봤자 외환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것”이라며 “기업들의 환헤지 전략을 고려하지 않고 달러 매도를 압박하는 것은 시장과 기업의 반발만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초조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시장 심리를 관리하는 데 실패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잇따라 수출기업들을 불러 간담회를 연 게 대표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시장은 기대심리와의 싸움인데 정부가 섣부르게 개입하면서 시장을 더 자극했다”며 “시장 기대를 꺾을 땐 확실히 외환보유액을 풀어서 1300원 선까지 환율을 낮춰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30원까지 급등했던 2022년 당시 외환당국의 대응을 참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국은 그해 9월 한 달 동안에만 30조원 가까운 외환보유액을 과감하게 풀어 이듬해 환율을 1월 1200원대 초반으로 끌어내렸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최근 우리 외환당국이 보여준 모습은 구두개입의 강도에 비해 약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김익환/이광식/정영효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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