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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환율대책, 시장만 자극…"기대 심리 못꺾어"

입력 2026-01-13 17:47   수정 2026-01-14 01:56


올 들어 슬금슬금 오르던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다시 돌파했다. 외환당국은 물론 청와대와 각 부처가 동원돼 시장 안정책을 쏟아냈지만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꺾지 못했다는 평가다. 섣부른 대응으로 정책 카드를 소진했고, 그만큼 시장만 자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기업의 정상적 외환거래를 문제 삼거나 수출업체에 네고(달러 매도) 압박을 이어가 업계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관세청 외환거래 점검

관세청은 13일 정부대전청사에서 ‘고환율 대응 전국세관 외환조사 관계관 회의’를 열고 불법 외환거래 연중 상시 점검 계획을 내놨다. 검사 대상은 세관에 신고한 수출입 금액과 은행을 통해 지급·수령한 무역대금 간 격차가 큰 1138개 기업이다.

지난해 1~11월 관세청에 신고된 수출액(6401억달러)과 실제 수령된 무역대금(4716억달러) 차이는 1685억달러로 최근 5년 내 최대치다.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기업들이 수출대금 회수를 늦춘 결과다.

예컨대 A기업이 해외 거래처로부터 받은 수출대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해외지사 계좌에 보관하다가 다른 해외 거래처에 지급할 채무가 생기면 이를 현지에서 외환당국에 미보고 상계 처리한 것 등이 있다. 이처럼 수출채권을 회수하지 않은 것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외환당국에 관련한 신고·보고 의무를 하지 않은 경우 등은 불법 외환거래로 분류된다.

해외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대기업은 현지 시설 투자 등의 목적으로 수출대금 일부를 국내에 들여오지 않는 곳이 적잖다. 이런 경우도 외환관리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며 외화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입장이다.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기업에 네고 물량 출회 압박을 하거나 외환 거래 조사 등에 나서봤자 외환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것”이라며 “기업들의 환헤지 전략을 고려하지 않고 달러 매도를 압박하는 것은 시장과 기업의 반발만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초조한 모습 노출한 외환당국
정부의 외환시장 관리는 요란하기만 하고 실속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는 숱한 외환시장 안정화 카드를 내놨다. 해외 주식을 팔아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만 치중하다 보니 한·미 금리 차, 대규모 대미 투자, 불어나는 한국의 국가채무 등 구조적 요인에 따른 환율 상승 기대심리를 꺾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초조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시장 심리를 관리하는 데 실패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이 잇따라 수출기업들을 불러 간담회를 연 게 대표적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외환시장은 기대심리와의 싸움인데 정부가 섣부르게 개입하면서 시장을 더 자극했다”며 “시장 기대를 꺾을 땐 확실히 외환보유액을 풀어서 1300원 선까지 환율을 낮춰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30원까지 급등했던 2022년 당시 외환당국의 대응을 참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국은 그해 9월 한 달 동안에만 30조원 가까운 외환보유액을 과감하게 풀어 이듬해 환율을 1월 1200원대 초반으로 끌어내렸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최근 우리 외환당국이 보여준 모습은 구두개입의 강도에 비해 약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김익환/정영효/이광식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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