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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우리도 돈 빼자' 발칵…은행서 빠져나간 돈 몰리는 곳

입력 2026-01-13 17:24   수정 2026-01-14 01:58


시중자금이 유례없는 속도로 주식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주가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포모’(FOMO·소외 공포감)에 시달리는 투자자들이 여윳돈을 증시로 옮기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총 646조5254억원으로, 지난해 말(674조84억원) 대비 27조4830억원 급감했다. 새해 들어 7영업일 만에 3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938조5400억원) 역시 올해 7462억원 쪼그라들었다.

예금에서 돈을 빼 증시에 뛰어드는 투자자가 급증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증권사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9일 기준 88조8720억원이었다. 전날에는 역대 처음으로 90조원을 넘겼다. 1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9일(80조5754억원)보다 8조원 넘게 불어났다. 작년 75.6% 급등한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서도 10.87% 올랐다.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증권사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를 시행한 2024년 10월 31일 이후 11개월간 은행·보험사에서 증권사로 넘어간 연금은 총 1조4779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는 1조5115억원이 빠져나갔다. 안성학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과 국내외 유동성 확대, 종합투자계좌(IMA) 출시 등에 힘입어 증권사로의 자금 이동이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47% 오른 4692.64로 마감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증시로 갈아타기…새해들어 은행서 27조 빠져나가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 은행 2배…은행·보험서 증권사로 이동 가속

개인 투자자금뿐만 아니라 퇴직연금도 은행에서 증권사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여윳돈을 연 2~3%대 예금에 넣어놓기보다 활황세를 이어가는 증시에서 ‘알파 수익’을 얻으려는 투자자가 늘면서다. 국내외 증시 상승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만큼 증권사로의 ‘머니 무브’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탁금 100조원 시대 눈앞
최근 역대 처음 92조원을 넘은 투자자 예탁금은 조만간 100조원을 돌파할 것이란 게 금융투자업계 전망이다. 예탁금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넣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 진입을 준비하는 대표적인 대기성 자금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1년 전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급증했다.

증시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자의 포모(FOMO·소외 공포감)를 자극하는 주요 배경이다. JP모간, 맥쿼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코스피지수가 6000까지 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팀장은 “작년 10월 상승 속도와 비슷하게 올라간다면 이달 안에 5000을 찍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5000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면 예탁금이 조만간 100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빚투’(신용거래융자 잔액)도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12일 기준 28조5224억원까지 불어났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도 마찬가지다. 현재 9882만3774개로 작년 초 대비 1207만1810개 늘었다. 매일 3만3000개 넘는 새 계좌가 생긴 셈이다.

올해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 변화로 여윳돈을 증시로 옮기는 이가 늘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간 2000만원 이상 이자소득에 대해선 종합소득세율로 과세되지만 주식 등의 배당소득은 올해부터 세율이 일정 부분 낮아지기 때문이다. 2023년 2000만원 이상 이자소득을 수령한 종합소득세 신고자는 약 33만 명, 금액은 10조7000억원에 달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예금 이자를 연평균 2.5%로 가정하면 428조원에 달하는 예금 중 일부가 배당소득을 노리고 증시로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퇴직연금 순유입 1위는 한투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행된 2024년 10월 31일 이후 11개월간 퇴직연금 순유입 규모가 큰 금융회사 상위 5곳 중 4곳이 증권사였다. 1위는 한국투자증권으로 총 6717억원이 순유입됐다. 미래에셋증권(4458억원) 삼성증권(2380억원) 삼성화재해상보험(1163억원) NH투자증권(83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퇴직연금 계좌에서 순유출이 많은 금융회사 1~5위는 은행·보험사였다. 신한은행(4571억원)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 빠져나갔다. 다음으로 우리은행(3275억원) 국민은행(2630억원) 농협은행(1501억원) 미래에셋생명보험(1299억원) 순이었다.

증시 활황으로 증권업계 퇴직연금 수익률이 높아지자 연금 자금이 대거 증권업계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4년 9월~지난해 9월 증권업계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 수익률은 각각 12.11%, 10.95%였다. 이에 비해 은행 DC, IRP 수익률은 각각 5.51%, 6.54%에 그쳤다. 수익률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시계열을 2023~2025년으로 넓혀도 은행(DC 기준, 5.14%)과 증권(9.26%)의 수익률 격차는 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디폴트옵션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높은 상품은 한국투자증권의 ‘디폴트옵션 적극투자형 BF1’이었다. 1년 수익률 32.83%를 기록했다.

머니 무브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은행들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은행은 원금을 보장하면서 연 수익률 4% 이상을 약속하는 종합투자계좌(IMA)와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여서다.

심성미/김진성/박주연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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