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일본 나라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지난해 10월 경주 정상회담 이후 두 달여 만이다. 그사이 북한의 핵잠수함 건조 현장 공개, 중국의 대(對)일본 수출 통제,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등 동북아시아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가 요동쳤다.
세계 공급망 체계에 깊게 편입돼 있는 한·일 양국에 현실적 위협 요인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과거보다 미래에 무게를 두고 한·일 협력 고리를 강화하고, 한·미·일 공조 의지를 재확인한 배경이다.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소인수회담(20분)과 확대회담(68분)을 포함해 총 88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이 대통령은 확대회담 첫머리발언에서 “우리가 한때 아픈 과거의 경험을 갖고 있긴 하지만 한·일 국교 정상화가 된 지 환갑, 60년이 지난다”며 “다시 또 새로운 60년을 시작하게 됐다는 점에서 오늘 회담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후(戰後) 한국과 일본은 괄목할 만한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며 “그 성장 발전의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에, 일본은 한국에 크나큰 힘이 됐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라고 했다. 한·일 경제 공동 번영의 역사를 다카이치 총리 앞에서 상기시킨 것이다.
이 대통령이 ‘아픈 과거의 경험’을 언급했지만 무게중심은 양국 간 미래 협력 필요성에 있었다. 이 대통령은 “복잡하고 어지러운 국제 질서 속에서 우리가 새로운 더 나은 상황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한·일 간 협력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던 지난해 일·한 관계의 강인함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을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며 “올해도 이 대통령 방일을 시작으로 일·한 관계를 한층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한 해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다카이치 총리는 “양국이 지역 안정을 위해 공조하며 역할을 다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다졌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역 안정’을 언급하며 공조 필요성을 강조한 건 대만 문제를 놓고 갈등 중인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의 역할을 우회적으로 당부한 것으로 해석됐다.
두 정상은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도 공감대를 이뤘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한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양국이 지역 안정 부문에서 연대해 역할을 수행해야겠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일·한·미 간 안보 협력을 포함한 전략적 공조 중요성을 인식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도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한·일,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중·일 갈등 상황을 의식한 듯 “동북아시아 지역 한·중·일 3국이 최대한 공통점을 찾아 함께 소통하며 협력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경제, 경제안보 분야에서는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협력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계 부서 간 논의를 심화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공급망 협력에 관해 깊이 논의했다”고 했다.
나라=김형규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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