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부부라고 해서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행복한 부부든 불행한 부부든 비슷한 이유로 다툰다. 돈 문제, 건강, 술, 휴가 계획, 시댁과 처가를 포함한 가족관계까지. 주제만 놓고 보면 두 집단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행복한 부부가 갈등을 더 빨리 해결하거나 대화를 잘 풀어내는 능력을 특별히 갖추고 있지도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많은 경우, 이들은 문제 해결 능력만 놓고 보면 그다지 유능하지 않다.
우리는 관계의 질을 흔히 ‘갈등 해결 능력’으로 판단한다. 감정을 잘 다루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대화를 통해 합의에 이르는 부부가 더 건강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 연구와 부부 상담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결론은 다르다. 행복한 부부는 문제를 잘 푸는 사람들이 아니라 문제로 인해 관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는 데 능숙한 사람들이다. 차이는 해결력에 있지 않고, 관리 방식에 있다.
행복한 부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언제 말하지 않을지를 선택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이 능력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불행한 부부는 감정이 올라오는 즉시 말을 시작한다. 반면 행복한 부부는 자신의 감정이 지금 통제 가능한 상태인지부터 점검한다.
행복한 부부는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화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를 느끼는 순간, 대화를 멈추거나 자리를 벗어난다. 감정이 고조된 상태에서 상대를 설득하려 하지 않는다. 기분이 나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대신, 노트에 감정을 적거나 혼자 생각을 정리하며 흥분을 낮춘다. 이는 감정을 억압하는 태도가 아니다. 감정이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감정에 책임을 지는 태도다.
말의 속도에서도 차이가 난다. 행복한 부부는 대체로 천천히 말한다. 이는 표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말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예측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다 상황이 자신의 의도보다 더 거칠어질 것 같다고 느끼면, 말하던 도중이라도 멈춘다. ‘지금 이 말은 맞는 말인가’가 아니라 ‘지금 이 말이 관계에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가’를 고려한다. 이 판단 능력이 갈등의 방향을 결정한다.
행복한 부부는 상대를 논리로 제압하기보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점검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지금의 분노가 정말 현재의 사건 때문인지, 아니면 누적된 피로와 과거의 감정이 겹쳐진 결과인지를 구분하려 한다. 감정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보다 자기 내부에서 먼저 탐색한다.
또 하나의 핵심적인 차이는 환경을 다루는 방식이다. 불행한 부부는 갈등이 생기면 그 자리에서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믿는다. 반면 행복한 부부는 갈등의 내용만큼이나 갈등이 발생한 조건을 중요하게 여긴다. 모두 지쳐 있고, 감정의 여유가 없으며, 아이가 울고 있는 새벽 두 시는 어떤 주제든 왜곡되기 쉬운 시간이다. 이 시간에 나눈 대화는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보다 상처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행복한 부부는 이런 상황에서 싸움을 중단하고 논의를 미룬다. 둘 다 휴식을 취하고, 아이가 잠든 다음 날 아침으로 대화를 옮긴다. 이는 단순히 갈등을 회피하는 행동이 아니다. 감정이 과열된 상태에서는 어떤 합리적인 말도 기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을 우선한다.
또한 행복한 부부는 싸우더라도 싸움의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한다. 한 가지 문제는 한 가지 문제로만 남긴다. 오늘의 다툼이 과거의 실수, 성격의 결함, 결혼 전체에 대한 평가로 번지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선을 긋는다. 반면 불행한 부부는 한 영역의 어긋남을 다른 영역으로 확장한다. 작은 불만이 인격 비난이 되고, 일상의 갈등이 관계 전체에 대한 부정으로 비화된다. 이 확장이 관계를 빠르게 소모시킨다.
결국 차이는 애정의 크기나 사랑의 깊이에 있지 않다. 행복한 부부의 결정적 차이는 싸움을 관리하는 능력에 있다.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에도 관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택, 지금의 분노보다 장기적인 신뢰를 우선하는 판단,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기 인식이 관계를 지탱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경영평론가(ijeong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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