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란 특별검사팀은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하며 “대한민국 형사사법에서의 ‘사형’은 집행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공동체가 재판을 통해 범죄 대응 의지와 그에 대한 신뢰를 구현하는 것으로 기능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1997년 이후 28년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지만, 내란죄의 법정 최고형을 구형함으로써 계엄 선포를 통한 범행의 중대성과 엄정한 단죄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지휘와 공소 유지를 총괄해 온 박억수 특검보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로써 작년 2월 20일 첫 기일이 잡힌 이후 43차례 공판 끝에 재판이 마무리되고 선고만 남겨 놓게 됐다.
이날 재판 내내 자리를 지킨 윤 전 대통령은 구형 직후 박 특검보를 응시하며 옅은 웃음을 보였다. 방청석을 채우고 있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미친 XX” “개소리”라며 격하게 반응했다.
박 특검보는 최종 의견에서 “피고인 윤석열 등은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입법·사법권을 찬탈해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 집권할 목적으로 북한의 무력 도발을 유인해 비상계엄 요건을 조성하려 했다”며 “그러나 (이 시도가) 실패하자 헌법과 법률이 정한 실체·절차적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상태에서 국회의 정상적 정치 활동을 반국가 행위로 몰아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과 법률에 반하는 포고령을 발령하고, 이를 근거로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위해 국회에 진입하려는 국회의원을 체포하려 했으며, 계엄에 반대하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시를 제한하는 등 국민을 강압했다”며 “포고령 발령 및 집행 행위가 폭동 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비상계엄 선포가 형법 87조에 따라 처벌되는 내란(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한국에선 1997년 12월 이후 28년 동안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다. 30년 전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켰던 전두환 전 대통령도 검찰의 구형량은 사형이었으나 확정 판결에선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특검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도 무기징역의 중형을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8시41분까지 11시간가량을 서류증거(서증) 조사에 할애했다. 애초 변론 종결일로 지정됐던 지난 9일 김 전 장관 변호인들과 마찬가지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준하는 정도로 장시간 변론을 이어 갔다.
이날 재판이 시작된 후 약 8시간 만에 입을 뗀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측에서 주요 증인(에 대한 신문)을 빨리빨리 진행해서 변호인 측에서도 헌법 전문가 등을 증인으로 세웠다면 안 해도 될 절차인데, 헌법 관련 설명을 할 시간이 전혀 없었다 보니 부득이 시간이 걸리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고유의 권한으로 사법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배보윤 변호사는 “이승만 전 대통령도 제주 4·3 사건과 관련해 제주 지역에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이에 대한) 사법 심사는 없었다”며 “(근대 민주주의가 태동한) 프랑스에서도 대통령이 계엄으로 형사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재직 중에 행한 일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내린다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한 재판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배 변호사는 “법원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를 확장 해석했다”며 “윤 전 대통령 사건 역시 재직 중 행위이므로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될 것이고, 판단하고자 한다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도 재개하는 게 마땅하다”며 공소 기각을 요청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내란 특검의 구형에 대해 “사법부가 법과 원칙, 국민 눈높이에 부합해 판결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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