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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한제분 40억 '구제금융'…3兆 찍었던 트릿지, 생존 시험대로

입력 2026-01-14 15:15   수정 2026-01-16 10:08

이 기사는 01월 14일 15:1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때 기업가치 3조6000억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떠올랐던 농식품 데이터 플랫폼 기업 트릿지가 생존 기로에 섰다. 임금 체불과 세금 미납 등으로 유동성 위기가 극단으로 치닫자 핵심 고객사였던 대한제분이 사실상 ‘구제금융’ 성격의 자금을 투입하며 급한 불을 껐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지난해 12월 트릿지에 40억원을 투자하며 신규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제분은 트릿지 서비스를 초기부터 이용해온 주요 고객사다. 트릿지는 지속적인 영업손실 등으로 자금난을 겪으며 지난해 임금, 세금, 수수료도 지급하지 못해 서비스 중단 위기에 내몰렸다. 이에 대한제분이 전략적 투자자(SI) 성격으로 긴급 자금을 지원했다.

이번 투자 과정에서 트릿지의 기업가치는 8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2~3년 전 기업가치 3조6000억원으로 평가받았던 유니콘 기업의 몸값이 증발해버린 셈이다.

해당 투자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의 사전 동의 절차도 생략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이 납입된 이후 다른 투자자에게 동의를 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투자자는 기업가치가 급락한 점에 대해 당혹스러워했다는 후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해당 자금이 없으면 사실상 트릿지의 서비스가 전면 중단돼 회사의 존속이 어려웠던 상황이라 기존 주주들도 강하게 반대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며 “일단 회사를 살려놓는 데 대다수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트릿지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이미 임금, 세금, 각종 수수료 등 체납 비용을 정리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영업 정상화까지는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회사는 현재 국내외 벤처캐피털(VC)을 상대로 100억원 안팎의 추가 증자를 논의 중이다.

추가 자금 조달이 성사될 경우 신규 투자사는 물론 기존 주주사와 현재 트릿지의 기업가치에 대한 재논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릿지 투자자들은 투자 과정에서 각기 상이한 리픽싱(전환가격 조정) 조항을 설정했다.

재무 상태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트릿지는 수년째 대규모 영업손실을 이어가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영업손실은 2021년 169억원, 2022년 599억원, 2023년 387억원, 2024년 23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88억원이다.

사업 구조 역시 흔들리고 있다. 한때 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던 풀필먼트 사업은 자금난으로 사실상 중단됐다. 현재는 농식품 데이터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지만, 해외 영업망 붕괴와 거래 축소가 겹치며 실질적인 수익 창출은 미진한 상황이다. 매출의 대부분이 저마진 트레이딩에서 발생하는 구조도 한계로 지적된다.

기존 재무적 투자자(FI)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트릿지에는 포레스트파트너스, SBVA(옛 소프트뱅크벤처스), 브릿지인베스트먼트 등 다수의 VC가 주주사로 참여했다. 추가 증자 과정에서 리픽싱이나 최대주주 등의 구주 매각이 병행될 경우, 최대주주 지분 희석과 경영권 변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VC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회생의 출발점이라기보다 시간을 번 수준”이라며 “차등감자, 출자전환 등 회사와 최대주주의 고강도 재무 구조조정 없이는 추가 자금 수혈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석철/차준호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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