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의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KT에서 30만명 넘는 가입자가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위약금 면제를 실시했던 SK텔레콤보다 가입자 이탈 규모가 컸다. 단순한 보안 이슈에 대한 불안감을 넘어 이동통신사들 간의 '고객 뺏기' 경쟁이 벌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1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가 위약금 면제 조치를 단행한 지난달 31일부터 종료일인 이달 13일까지 KT를 이탈한 총가입자 수는 31만2902명으로 집계됐다. 면제 기간인 14일간 하루 평균 약 2만2000명이 통신사를 옮긴 셈이다. 특히 마감 직전 '막판 쏠림'이 거셌다. 종료를 앞둔 12~13일 이틀간 이탈한 가입자만 약 9만7000명에 달했다.
유사한 사례였던 SK텔레콤과 비교해 봐도 2배 가까운 이탈자가 나온 것이다. 지난해 7월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열흘간 위약금 면제를 실시했을 때 떠난 가입자는 약 16만6000명이었다. 원인으로는 '보상안'이 주로 거론된다. KT가 SK텔레콤과 달리 요금 할인 등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지 않고 데이터 추가 제공, OTT 이용권 제공 등 체감도 낮은 보상안을 내놓은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경쟁사 간 치열한 고객 뺏기도 이탈 규모를 키우는 데 영향을 끼친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위약금 면제 기간 자사를 떠난 고객이 재가입하면 가입 연수와 멤버십 등급을 해지 전으로 되돌려주겠다며 적극 유치에 나섰다. 이런 전략이 먹혀들면서 SK텔레콤은 이번 KT 이탈 사태의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렸다. KT 이탈 가입자 약 31만명 중 SK텔레콤으로 옮긴 가입자는 약 20만명에 달했다. LG유플러스로는 약 7만명, 알뜰폰으로는 약 4만명이 옮겨갔다.

일선 휴대폰 유통업계에서는 보안 이슈가 발발한 통신 3사 가운데 KT에서만 가입자의 '실제 금전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도 이탈 규모를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판매점 관계자는 "SK텔레콤은 대규모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켰지만 실제 금전 피해는 없었고, KT는 비교적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금전 피해가 발생했다"며 "소액이라 해도 결국 '돈이 털렸다'는 사실이 소비자들과 시장에 더 충격을 준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 규모 측면으로만 보면 SK텔레콤 2300만명, KT 2만2000여명으로 SK텔레콤이 압도적으로 컸지만, 결국 실제 금전 피해 여부가 희비를 갈랐다는 취지다.
한동안 과열됐던 이동통신 시장은 당분간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 13일 복수의 판매점 정책 공지 채널을 확인한 결과 'KT의 위약금 면제 조치가 종료되는 익일(지난 14일)부터 번호이동(MNP)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판매 장려금(리베이트) 축소가 확정됐다'는 내용의 공지가 포착됐다. 판매점 관계자는 "KT 위약금 면제 기간 3사 지원금 눈치 싸움이 심했다"며 "당분간은 그러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잠시겠지만 시장이 소강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어느 한 회사가 공격적으로 나서면 나머지 회사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이젠 보안 시스템 고도화에 힘을 쏟아야 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염흥열 순천향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한국정보보호학회 명예회장)는 "위약금 면제 등 조치는 결국 보안 및 침해 사고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것인 만큼, 당연히 사고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첫 번째"라며 "보안 제품이나 인력 확충,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전제돼야 사용자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다양한 위협원이 존재하는 만큼, 최고 수준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보호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며 "기술적, 조직적, 관리적 보안 대책을 통해 전반적인 정보보호 관리 체계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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