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이너서클.’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말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꺼낸 말이다.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와 회장 연임 관행에 대한 직격이었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10년, 20년씩 해 먹고 있다”는 게 대통령의 굳은 인식이다.파장은 작지 않다. 대통령의 말은 곧 정책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곧바로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16일 첫 회의를 연다. 누가 ‘부패한 이너서클’인지 따져보고, 대책도 마련하기 위해서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는 정치인처럼 선거를 통해 뽑지 않는다. 전문성과 경영능력을 놓고 말단 임원부터 그룹의 수장까지 피 터지게 경쟁하고 검증받는다. 그 이너서클에서 CEO를 뽑는 건 마땅하다.
물론 이너서클에서 회장을 고르지 않을 수도 있다. 외부 인사 영입도 가능하다. 하지만 역사에 새겨진 과거를 돌이켜보면 외부 인사는 곧 정치권 의중이 반영된 낙하산 회장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힌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이 KB금융 회장에 오른 게 대표적 사례다. 당시 KB뿐만 아니라 하나·우리·산업은행 금융지주 회장이 정치권과 밀접한 인물들로 채워지면서 ‘4대 천왕’이란 말까지 나왔다. 해당 금융그룹에선 파벌 싸움이 난무했고, 실적과 경쟁력 모두 고꾸라졌다.
정부가 뒤흔들어 놓은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다시 손본 것도 정부였다. 2010년대 들어 당국 주도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CEO 승계 절차 공시, 사외이사 임기 제한·평가 강화 등 제도 개선이 잇달아 이뤄졌다. 독립성을 강조한 현 금융사 지배구조가 확립된 배경이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은 ‘부패’할 틈이 거의 없다. 이들은 일부 정치인처럼 회사 임직원 인사를 하면서 돈을 챙기지 않는다. 멋대로 친구나 지인을 계열사 대표에 꽂지도 않는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은행법 등 촘촘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문제가 터지면 당국의 검사를 받고 곧바로 제재받는다. 중징계를 받으면 자리에서 쫓겨난다.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금융사와 경영진에게 덧씌워진 ‘부패한 이너서클’ 낙인을 어떻게 볼까. 이 낙인이 ‘정치금융 이너서클’ 구축을 위한 밑밥은 아닐까. 걱정과 의심이 꼬리를 문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명운을 건 생산적·포용적 금융의 과제를 짊어진 한국 금융사들의 건투(健鬪)를 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