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750.75
(27.65
0.59%)
코스닥
942.74
(0.56
0.06%)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한경에세이] 한국을 입고 싶어요

입력 2026-01-14 17:23   수정 2026-01-15 00:03

요즘 해외에서는 ‘한국을 입고 싶다’는 표현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K팝을 비롯한 K콘텐츠가 한국을 전 세계에 알렸다면, 패션은 한국을 몸으로 체험하게 하는 매개다. 좋아하는 대상의 일부가 되고 싶을 때 사람들은 그 문화를 입는다. 말 그대로 ‘You are what you wear’.

이 흐름은 관광에서 두드러진다. 외국인 방문객은 궁을 둘러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복을 입고 시간을 체험하며 공간의 정서를 느낀다. “나는 한국을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을 입는다”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러한 감각이 전통 의상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도심 곳곳에서도 이 흐름은 확인된다. 서울 성수동의 브랜드 거리와 한남동의 라이프스타일 공간에서 한국의 패션과 취향을 관찰하고 소비하며 기록하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 K패션은 전통을 넘어 도시의 일상 속에서 확장되고 있다.

핵심 상권에서는 변화가 더욱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명동의 글로벌 브랜드 플래그십을 보면 관광객은 단순 방문자가 아니라 구매 주체다. 노스페이스 명동점의 경우 지난해 월별 매출 가운데 평균 약 92%가 외국인 구매로 발생했다. 관광이 단순 체류가 아니라 입는 행위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은 보고 즐기는 대상에서 입고 싶은 세계로 변하고 있다.

세계가 한국을 입고 싶어하는 이유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이야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야기를 패션으로 제안하는 국내 브랜드도 등장하고 있다. 잉크(EENK)는 시즌마다 알파벳 한 글자를 선택해 하나의 장을 완성하는 ‘레터(letter)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각 글자는 챕터가 되고, 챕터들이 묶여 책을 이루듯 컬렉션을 확장해 왔다. 파리 패션위크에서 연속으로 선보인 런웨이는 한국적 미감과 동시대 감수성을 결합한 제안이었다. 세계는 결국 이야기를 입는 경험에 주목했다.

이러한 변화는 개별 브랜드의 성취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력과 생산 역량이 국내에 축적된 결과이기도 하다. 여성복 브랜드 R2W가 대구 소재 기업 소담텍스타일과 함께 프리미엄 원단을 개발한 사례는 이를 증명한다. 섬세한 색 구현과 품질 개선,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며 국내 제조 기반이 패션 산업의 기초임을 보여줬다.

정책 환경 또한 이 흐름에 힘을 더하고 있다. 산업 간 단절을 줄이고 협업을 촉진하는 지원이 확대되면서 기획 단계부터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이 견고해지고 있다. K패션은 상품을 넘어 경험과 문화, 더 나아가 국가 브랜드로 확장되고 있다.

과제도 분명하다. 단순 제조 중심의 관념에서 벗어나 디자인, 브랜드 구축, 시장 접근까지 하나의 여정으로 엮는 통합 체계를 마련하는 일이다. 세계는 이미 한국을 입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말할 것이다. “한국을 입고 싶어요.”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