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10개국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힘입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 실적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증권가에서는 실적 호조 기대를 등에 업은 코스피지수가 조만간 5000을 뚫을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NH투자증권,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올해 EPS 추정치는 453원50전으로, 작년(294원) 대비 54.3%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EPS 추정치 증가율 2위인 대만 자취안지수 상장사(23.8%)의 2.2배다. 미국 S&P500지수(16.7%)는 물론 인도(16.6%) 베트남(16.1%) 독일(15.2%) 호주(13.7%) 등 주요국 EPS 증가율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이 주요국 가운데 올해 EPS 증가율 1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반도체 투톱’ 덕분이다. 증권사 세 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내놓은 252개 상장사의 올해 순이익 증가분(108조5422억원) 중 70.8%를 삼성전자(47조3544억원)와 SK하이닉스(29조5654억원)가 차지할 것이라는 게 에프앤가이드 분석 결과다. 반도체 기업 독주가 국내 전체 상장사의 실적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는 얘기다.실적 기대와 증시 부양책 등이 맞물리며 코스피지수는 이날 사상 처음 4700을 돌파했다. 전날 대비 0.65% 오른 4723.10에 거래를 마쳐 9거래일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개인·외국인의 대규모 차익 실현에도 기관투자가가 601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작년 75.6% 오르며 주요 32개국 42개 지수 가운데 ‘상승률 1위’를 찍은 코스피지수는 새해 들어서도 11.6% 뛰었다. 올해 역시 주요국 가운데 최고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날 처음 54,000을 돌파한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올해 상승률(6.5%)보다 두 배 높다. 미국 S&P500지수는 같은 기간 1.2% 오르는 데 그쳤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3원80전 오른 1477원50전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
순이익 추정치 108조 급증…오천피까지 280포인트 남아
실적 추정치 증가 속도는 유례없이 빠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10.8% 상승했다”며 “최근 코스피지수 랠리는 이런 실적 증가세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실적 증가를 주도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과 순이익 컨센서스(에프앤가이드 집계)는 각각 100조9736억원, 88조3332억원이다. 작년 대비 각각 144.2%, 115.6% 급증한 수치다. 3개월 전에 비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추정치는 112.9%, 105.8% 높아졌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86조4204억원, 순이익 추정치는 69조2496억원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은 훨씬 더 높은 수치를 불렀다. UBS는 올해 SK하이닉스가 150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영업이익 전망치도 135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높였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삼성전자가 컨센서스 수준의 영업이익만 달성해도 100조원가량으로 예상되는 대만 TSMC의 영업이익을 따라잡는다. TSMC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6배다. PER이 낮은 편인 삼성전자(9.19배), SK하이닉스(7.36배)의 주가 상승 여력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순이익 예상치가 3조2892억원이다. 작년 대비 46.7% 늘 것으로 평가됐다. 현대로템 역시 지난해 대비 29.9% 늘어난 1조526억원의 순이익이 예상됐다. 한국전력은 올해 순이익 11조원 시대를 열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실적 쏠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을 추정한 252개 상장사의 올해 순이익 증가폭 중 70.8%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올해 적자를 내거나 이익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 상장사는 21%에 달했다. 작년 4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 기업이 전체의 32%였다. 내수 부진 여파에 시달리는 BGF리테일, 코코아 등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제조원가 부담이 커진 오리온은 물론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든 해운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대한항공의 작년 4분기 순이익(57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98.1% 급감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최근 증시에서도 반도체와 조선, 방산, 자동차 등 소수 대형주만 뛰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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