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최근 ‘경중과 관계없이 시정명령 자체로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고 판결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혼란이 커지고 있다. 허위·과장 광고로부터 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악성 계약자와 기획 변호사에게 악용될 수 있어서다. 무차별 소송이 확산할 경우 침체한 지방 부동산이 직격탄을 맞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의 건축물분양법 관련 위반 판결은 시정명령 취지와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단순 실수를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 투자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위반사항이 경미하고 계약 목적 달성에 영향이 없다”며 수분양자의 본소 청구를 기각했다. 이 현장에서는 6명이 분양 광고에 용도지역·교육환경보호구역 등 필수 사항이 누락됐다는 점을 걸고넘어졌다.지난해 6월 고등법원도 “분양 광고에 지구단위계획 수립 여부 등 필수 사항이 누락됐다”며 계약 해제를 내세운 투자자의 주장을 기각했다. “원고의 계약 체결이나 사용수익에 유의미한 영향이 없는 경미한 사안인 만큼 약정 해제 사유로 인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번 판결의 파장이 커지는 것은 건축물분양법 자체가 경중을 기재할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놓지 않고 있어서다. 해당 법 시행령은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분양받은 자는 분양계약을 해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 기준도 제각각이다. 대구 등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지자체일수록 민원이 많고 경미한 사안에도 시정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건축물분양법이 굿모닝시티 사태 직후 만들어지다 보니 계약 해지 요건 등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단순 오기와 누락을 정정할 수 있는 제도가 없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구 오피스텔 시행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소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금융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시행사는 중도금 대출 상환 능력을 상실하고 시공사의 자금난과 금융권의 PF 부실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시세 하락기의 손실을 시행사에 전가하기 위한 ‘도덕적 해이’가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공급 관리 측면에서라도 ‘계약 해제권 행사’의 적정 수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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