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명 처분이 내려진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재심 신청 등으로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 가운데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며 당 지도부가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서 성추행 의혹에 휩싸인 장경태 의원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점도 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지도부는 현재까지 '비상 징계'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14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오전 7시 55분부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전 원내대표의 자택 등 6곳에 압수수색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고 돌려줬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압수수색 대상엔 국회 내 의원실과 지역 사무실 등도 포함됐다.
김 전 원내대표는 해당 의혹을 포함해 쿠팡 측과의 고가 식사 논란, 대한항공 호텔 숙박 특혜 문제 등으로 지난 12일 민주당 윤리심판원에서 제명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전날 그는 SNS로 "이토록 잔인해야 하는가"라며 "저 스스로 제 친정을, 제 고향을, 제 전부를 떠나지는 못하겠다. 그것은 제게 패륜과도 같다"고 썼다. 아직 물러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당 지도부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김 전 원내대표가 재심을 청구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14일 최고위원회의 보고·15일 의원총회 표결을 통해 제명을 확정하려 했던 계획은 헝클어졌다. 재심은 징계 결정문이 대상자에게 송달된 후 7일 이내 가능하고, 윤리심판원은 신청 접수로부터 60일 이내 판단해야 한다. 현재 윤리심판원의 재심 회의는 오는 29일로 예상되고 있는데, 시일이 많이 남은 만큼 당원들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지지층 성토가 이어질 경우 당 대표의 비상 징계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 지도부는 아직까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당에선 자진 탈당을 요구하는 공개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당이 (경찰 수사가 진행될) 그 한 달을 버틸 수 있겠는가"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억울해도 당을 나가 살아서 돌아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전현희 의원도 "당의 결정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어떤 개인의 애당심보다 공적인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라며 "당 지도부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 문제를 정확히 바라보고 신속한 처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김 전 원내대표와 장 의원에 대한 처분이 엇갈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조사가 먼저 시작된 장 의원보다 김 전 원내대표 관련 결정이 훨씬 빠르게 진행돼서다. 이에 대해 박 수석대변인은 "윤리감찰단이 여러 조사를 진행한 결과 피해자와 장 의원 간 주장이 워낙 팽팽한 상태"라며 "수사 기관의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장 의원을 감싼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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