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지역 반발이 거세지자 마이크로소프트가 대책안을 내놨다. 데이터센터로 인해 전기 사용이 늘어도 가정용 전기요금은 올리지 않겠다며 추가 비용을 기업이 부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전력·용수·환경 논란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사회적 비용 분담을 전면에 내세운 행보다. 님비(NIMBY)로 데이터센터 입지 논의가 번번이 막히는 한국과는 다른 접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3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에 ‘커뮤니티 퍼스트 AI 인프라 구축(Building Community-First AI Infrastructure)’라는 이름의 5대 계획을 발표했다.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기요금 부담 전가 차단, 물 사용 최소화, 지역 일자리 창출, 재산세 기반 확대, AI 교육·비영리 투자 등이 골자다.
데이터센터가 생활물가·환경·지역재정 문제로 비화하면서 기업이 비용 청구서를 먼저 들고 나온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전기요금이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데이터센터 운영에 드는 전기 비용이 일반 가정 고객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짚었다. 전력회사 및 요금을 승인하는 주(州) 규제기관과 협력해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인프라 구축·사용 비용이 요금 체계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전력망 부담 비용을 대형 수요처가 책임지는 구조를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처럼 MS가 전기요금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전력 수요가 AI 확산의 병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 데이터센터 예상 전력 수요는 2035년 기준 640테라와트시(TWh)로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미국 송전 인프라의 노후화, 변압기·고전압 장비 공급망 제약, 신규 송전망 구축에 7~10년 이상이 걸리는 현실이 겹치면서 전력난까지 확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AI가 매우 유익할 것이므로, (AI로 인한) 전력 비용을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MS는 이에 대해 “테크기업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상황에서 국민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은 불공평하고 정치적으로도 비현실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전력 공급 확대를 위한 노력도 제시했다. MS는 미국 중서부 광역 전력 도매시장을 운영하는 MISO(미드콘티넨트 독립계통운영기관) 지역에서 전력망에 7.9기가와트(GW) 규모 신규 발전을 추가하는 계약을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 증설로 송전·변전소 역량 개선이 필요해질 경우 관행대로 해당 개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했다. 여기엔 요금 체계와 공급 확충을 함께 묶어야 ‘가정용 전기료 전가 차단’이 성립한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데이터센터 용수 사용량 문제도 짚었다. 데이터센터는 발생되는 높은 열을 식히기 위해 막대한 양의 물을 필요로 한다. MS는 2030년까지 자사가 보유한 데이터센터 전체에서 물 사용 집약도(water-use intensity)를 40% 개선하겠다고 했다. 또 폐쇄형(Closed-loop) 냉각 설계를 적용한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위스콘신·조지아 등에 이미 구축했으며, 이 설계에선 냉각에 상수(음용수)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역 상·하수도 인프라에 대한 직접 투자도 명시했다.
고용 논쟁도 정면으로 다뤘다. 데이터센터가 공사 기간엔 일자리가 늘지만 상시 고용은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MS는 워싱턴주에서 1300명 이상의 숙련 기술 인력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으며 내년 말까지 650명 이상의 정규직 직원 및 계약 인력이 운영 시설에서 근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 인력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북미 건설노조연합(NABTU)과 견습·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파트너십을 출범하고, 커뮤니티 칼리지 등과 연계한 ‘데이터센터 아카데미’도 확장하겠다고 했다.
MS는 링크드인 데이터를 인용해 데이터센터 관련 직무 채용 공고가 2025년 전년 대비 글로벌은 23%, 미국은 13.5% 가량 늘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일자리는 외부 인력이 가져가고 지역엔 민원만 남는다”는 반발을 잠재우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MS의 ‘커뮤니티 딜’은 한국의 데이터센터 갈등과 대비된다. 국내에선 전력계통 여력과 인허가, 용수 확보, 환경 민원 등이 얽히며 사업이 장기 표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필요한 시설이니 받아들여 달라”는 설득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해외에선 빅테크가 전기요금·물·세금·일자리 같은 생활 비용을 기업이 떠안겠다는 형태로 협상 프레임을 바꾸고 있다. 데이터센터 경쟁이 ‘누가 더 빨리 짓느냐’에서 ‘누가 더 설득력 있는 비용 분담안을 내놓느냐’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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