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주요 공급사들을 상대로 납품 단가를 최대 30% 깎으라고 요구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자, 그동안 관세 부담을 덜어주려 올려줬던 납품가를 다시 원상복구 하라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농심 등 아마존에 제품을 직접 납품하는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마존은 최근 자사 직매입 사업부(1P)와 거래하는 벤더사들에 공문을 보냈다. 핵심은 공급 원가를 적게는 한 자릿수에서 많게는 30%까지 낮추라는 것이다. 아마존은 일부 업체에 “올 1월 1일자로 소급해 적용하겠다”는 데드라인까지 제시하며 사실상 통보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강력한 ‘단가 후려치기’에 나선 명분은 관세 리스크 완화다. 당초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폭탄을 예고했을 때, 아마존은 공급망 붕괴를 막기 위해 벤더들의 납품가 인상을 일부 용인해줬다. 벤더가 져야 할 관세 충격을 아마존이 마진을 줄여가며 나눠 짊어진 셈이다.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관세율을 기존 57%에서 47%로 낮추는 데 합의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한 미 대법원의 위헌 판결도 임박했다. 아마존은 벤더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관세 위협이 줄었고 법적으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우리가 양보했던 마진을 다시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공급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미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관세 무효화를 기정사실화하고, 비용 부담을 벤더에게 전가한다는 것이다. 한 벤더사는 “아직 관세가 완전히 철폐된 것도 아니고, 이미 관세를 내고 들여온 미국 내 재고도 산더미”라며 “이를 소급해서 가격을 깎으라는 건 횡포”라고 토로했다.
불똥은 한국 기업에도 튈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 공급사와 CJ제일제당, 농심 등 주요 식품사들은 대부분 미국 현지 판매 법인을 통해 아마존에 제품을 직접 납품하고 있어 이번 단가 인하의 직접적인 타깃이기 때문이다.
다만 생산 방식에 따라 희비는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농심이나 CJ제일제당처럼 미국 현지 공장을 돌리는 곳은 그나마 방어 논리가 있지만, 한국에서 전량 수출하는 기업은 대응이 쉽지 않다”며 “관세는 관세대로 맞고, 단가 인하 압박은 별도로 받는 이중고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뷰티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등 아마존에 직접 물건을 공급하는 대형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조선미녀, 코스알엑스 등 중소 인디 브랜드의 경우 아마존이 물건을 떼가는 방식이 아니라, 셀러가 직접 입점해 파는 ‘오픈마켓’(3P) 형태가 대부분이라 이번 납품가 인하 사태와는 무관하다는 분석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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