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890.88
(50.14
1.04%)
코스닥
962.92
(8.33
0.87%)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리조트 객실·타이어 팔아 비행기 띄운다…대기업들의 LCC 치킨게임[안재광의 대기만성's]

입력 2026-01-19 08:17   수정 2026-01-19 08:18

인천국제공항 이용객 수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2026년 1월 4일 기준 23만9530명에 이르렀는데요. 이건 2019년 8월 4일 기록한 종전 최고치 23만4171명을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작년 상반기 기준 3636만 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했는데 연간으론 7100만 명에 달했던 2019년과 비슷했거나 더 많았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요.

요즘 공항이나 비행기가 말 그대로 북새통입니다. 특히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일본 주요 도시는 주말엔 티켓 구입조차 어렵고 평일에도 거의 다 채워서 다녀요. 도쿄 왕복 항공권이 40만~50만원을 훌쩍 넘기는 일도 있고요.

그럼 항공사들이 떼돈을 벌고 있을 듯한데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생존의 기로에 섰을 만큼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 사람들이 많이 타는 저비용항공, LCC 사정이 심각합니다. 국내 9개 LCC 전부 지난해 적자를 냈을 정도였어요. 사람들이 타면 탈수록 손해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부 LCC는 사실상 부도 위기에까지 몰렸을 정도입니다. LCC 산업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봤어요.




◆눈덩이 적자에 자금난

국내 상장 LCC는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 총 4곳입니다. 이 회사들은 분기 단위로 실적을 내놓기 때문에 가장 최근 수치를 볼 수 있어요. 실적은 참담합니다.

업계 1위 제주항공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3개 분기 동안 적자가 1294억원이나 발생했어요. 전년 동기에는 1200억원가량 이익을 냈었는데 1년 만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것이죠. 티웨이항공은 이 기간 2000억원 넘는 손실을 냈어요. 이 4곳 중 유일하게 에어부산만 5억원 흑자를 냈는데 이것도 3분기만 떼어 놓고 보면 285억원 적자였습니다.

장사가 너무 안 되는 것인가 하면 또 그렇진 않았어요. 진에어의 경우 이 기간 매출이 1조원을 넘었는데 이건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한 것입니다. 1000억원 이상 이익을 냈던 때와 비교해 매출에 큰 차이가 없었어요. 티웨이항공은 기존 1조1000억원 매출이 1조2000억원 수준으로 오히려 늘기도 했습니다. 외형, 그러니까 매출은 큰 변화가 없는데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건 비용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얘깁니다.

티웨이항공을 다시 볼게요. 매출 원가가 기존 9871억원에서 1조3466억원으로 36%나 급증했어요. 판관비도 30% 이상 껑충 뛰었고요. 그럼 왜 이렇게 비용이 늘었느냐 하는 게 문제인데요. 무엇보다 ‘출혈 경쟁’이 컸어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이후 해외 여행은 한동안 뚝 끊겼어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800만 명을 넘겼던 연간 해외 출국자 수는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427만 명으로 급격히 줄었고 2021년에는 122만 명까지 감소했어요. 그러다 2023년 급격한 회복세를 보입니다. 전년 대비 79%나 폭증한 2200만 명에 이르렀어요. 코로나 때 이연된 여행 수요가 한꺼번에 폭발했어요.

망했다 싶었는데 물이 들어오자 LCC는 노를 젓기 시작해요. 항공기를 경쟁적으로 도입했어요. 티웨이항공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8대였던 항공기를 2024년 38대까지 늘렸어요. 제주항공도 코로나 직후 37대였던 항공기를 41대로 확대했고요.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도 이 흐름에 동참했어요. 그런데 보복소비 열풍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가기 시작한 겁니다. 비행기를 놀릴 수도 없고, 그래서 뜨긴 뜨는데 원가 이하로 싸게 팔기 시작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비행기 티켓이 싸다고 잘 안 느껴지거든요. 이 지점에 LCC의 딜레마가 있어요. 비행기 티켓이 저렴하다고 사람들이 느끼면 해외여행 수요가 확 늘고, 그래서 박리다매, 즉 많이 팔아서 조금이라도 남기는 게 가능한데요. 지금은 원가 이하에 파는데도 수요가 확 늘지 않아요.

그 이유는 무엇보다 환율 영향이 큽니다. 작년 1997년 IMF 사태 때를 떠올릴 만큼 가파르게 올랐어요. 연초 1466원 했던 게 6월 말 1350원까지 떨어져서 ‘이제 됐다’ 싶었는데 12월에는 1500원 코앞까지 확 올랐어요. 정부가 시장 개입을 하지 않았다면 1500원도 뚫을 기세였어요. 이게 왜 LCC에 문제냐 하면 돈은 원화로 버는데 비용은 달러로 많이 내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도 많이 타는 대한항공과 다르게 LCC는 내국인이 대부분 이용해요. 내국인은 원화로 결제하죠. 근데 나가는 돈, 즉 비용은 달러로 지불해요. 비행기 빌리는 리스료가 대표적이죠. LCC는 돈이 없어서 대부분 빌려서 써요. LCC가 가장 많이 리스하는 보잉 737-800은 대당 월 20만~30만 달러를 줘야 해요.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진에어가 각각 30대 넘게 운용 중인데 원·달러 환율이 10%만 올라도 월간 수십억원의 비용이 더 나가야 해요.

비용 구조 악화에는 인건비도 있어요. 진에어의 경우 작년 상반기 지급한 급여 총액이 1000억원을 처음 넘겼어요. 이건 전년 동기의 846억원 대비 19% 증가한 것입니다. 직원 수가 늘기도 했지만 1인당 평균 급여액도 크게 올랐어요. 6개월치 기준 기존 4100만원에서 4400만원으로 뛰었어요. 경쟁적으로 항공기를 도입하면서 파일럿이나 승무원 같은 현장직 직군 수요가 많아졌고 결과적으로 급여 상승으로 이어졌어요. 그나마 다행인 건 기름값이 안 올랐어요. 달러로 나가는 비용 중 가장 큰 게 기름값인데요. 브렌트유 기준 작년 1월 배럴당 79달러 하던 게 연말 63달러 수준까지 약 20% 하락했습니다.

◆든든한 모기업의 지원

사실 국내 LCC는 버틸 수 없는 구조적 한계에 이르렀어요. 재무 상황만 보면 금세 알 수 있어요.

현재 에어로케이, 이스타항공은 자기자본을 다 까먹고 빚만 잔뜩 있는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또 티웨이항공, 에어프레미아는 부채비율이 수천 퍼센트를 웃돌아요. 가장 사정이 나은 진에어조차 부채비율이 411%에 달해요.

그런데도 비행기는 잘 떠요. 왜냐면 이들 뒤에는 든든한 ‘뒷배’가 있거든요. 대표적인 게 진에어죠. 모기업이 대한항공입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까지 흡수한 명실상부 한국 최고 항공사입니다.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약 1조5000억원 수준에 이르렀어요. 전년 1조9000억원에 비해선 좀 줄었지만 진에어 정도는 감당할 수 있어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하면서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을 진에어와 합칠 예정입니다. 세 LCC를 합치면 항공기만 총 58대를 갖게 돼요. 제주항공을 제치고 이 시장 압도적 1위가 될 겁니다.

하지만 제주항공도 만만치 않아요. 모기업이 애경그룹 지주사 AK홀딩스거든요. 애경은 지난해 주력 계열사인 애경산업을 4700억원에 팔았어요. 제주항공 자금 지원이 주된 목적이란 게 대체적 해석이죠.

티웨이도 만만치 않아요. 대명소노그룹이 있거든요. 주력 계열사 소노인터내셔널을 통해 티웨이를 보유하고 있어요. 소노인터는 연간 매출 약 1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꾸준히 내고 있는 알짜 기업입니다. 2024년 말 기준 현금만 2500억원을 쌓아 놓고 있고요.

국내 리조트, 호텔 산업이 건국 이래 최대 호황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 사정이 좋아 티웨이 자금 지원에 문제가 없어 보이죠. 실제 티웨이는 자금난 해소를 위해 최근 약 1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이 가운데 1000억원을 소노인터가 받아줬어요.

에어로케이는 대명화학이 뒤에 있어요. K패션의 선봉에 선 마뗑킴의 하고하우스, 코웰패션 등을 거느린 기업이죠.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2조원대, 영업이익은 700억원을 기록한 회사입니다. 대명화학은 2022년 에어로케이 인수 뒤 빠르게 항공기와 노선을 늘리고 있어요. 당초 비행기 한 대로 버텼는데 6대까지 확대했죠. 여기에 에어프레미아는 ‘신발보다 싼 타이어’란 홍보 문구로 유명한 타이어뱅크, 이스타항공은 한국 굴지의 사모펀드 VIG파트너스가 버티고 있어요.

국내 LCC 산업은 당분간 치킨게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통 산업이 무너지면 기업도 함께 무너져야 하는데 한국은 든든한 모기업 덕분에 출혈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죠. 서로 레이스를 멈추길 기대하는 눈치 게임을 하는 듯해요. 이미 글로벌 시장은 정리가 끝났습니다. 미국은 스피릿항공이 2024년 말 파산보호 신청을 냈고 유럽은 라이언에어가 평정했어요. 결국 한국도 비슷하게 갈 겁니다. 이 싸움 끝에 살아남는 2~3곳이 시장을 과점하고 그때가 되면 수익성은 폭발적으로 개선되겠죠. 모기업의 지원을 등에 업고 최후까지 살아남아 승자 독식의 과실을 누릴 항공사는 어디일까요. 그 승자를 예측해보는 것이 앞으로 항공주 투자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안재광 한국경제신문 기자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