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들어 영국에서는 <예술 치유(Art Cure)>라는 책이 화제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심리 생물학 및 역학 교수이면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예술과 건강 협력 센터’를 책임지고 있는 데이지 팬코트(Daisy Fancourt)는 예술 활동이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다. 여러 과학 논문과 연구 자료 등,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면서, 정신 건강, 뇌 건강, 운동 능력, 스트레스와 통증 관리, 그리고 장수를 위해서 예술 활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어제 예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시간은 몇 분이었나요?’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5%가 ‘0분’이라고 답했다. 현대인들은 ‘강박’ 또는 ‘집착’이라고 할 만큼 건강에 대한 엄청난 관심을 두고 있지만,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을 놓치고 있다. 구석기 시대 조상들이 동굴 벽화를 그리고, 조각상을 만들고, 춤과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이래로, 예술 활동은 인간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로 자리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지나치게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분위기와 강력한 디지털의 공세로 예술 활동의 중요성은 점점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책에 의하면, 미술, 공예, 독서, 악기 연주, 문화 행사 및 공연 관람 등,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한 취미 활동이 아니다. 예술은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예술은 건강과 행복으로 다가가는 지름길이며, 수명을 연장하고 심지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치료 행위다. 합창은 어린이들의 뇌 발달을 돕고, 악기 연주는 회복탄력성을 강화한다. 시각 예술은 우울증과 스트레스, 통증을 줄여주고,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관람하면 고독감이 감소한다. 저자는 신경과학, 심리학, 면역학, 생리학, 행동과학, 역학 분야의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펼쳐 보이며, 예술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의 감동 실화를 소개한다.
예술이라고 해서 너무 거창한 것만 떠올릴 필요는 없다. 매일 아침 날카로운 알람 소리 대신 좋아하는 멜로디와 노래와 함께 시작하면 된다.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을 부지런히 스크롤링하며 부정적인 소식을 찾아보는 대신 시공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판타지 소설을 읽으면 된다. 늦은 저녁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코바늘뜨기나 우쿨렐레 연주를 배워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주말에 박물관을 찾아 예술 작품이 선사하는 경외감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건강한 삶을 위한 조언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과잉 정보의 시대에 이 책은 ‘예술 치유’라는 신선한 해결책을 제안한다.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이 강력한 치료제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껴본 사람들이라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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