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6일 15:1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MBK파트너스의 차세대 주자를 말할 때 이진하 부사장은 1순위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김병주 회장의 신임을 받는 김광일 부회장 다음 주자로 평가받으며 이 부사장의 입지는 확고해보였다.
이 부사장은 2006년 합류해 MBK의 20년 역사를 함께 한 인물이다. 경력채용이 많은 사모펀드(PEF) 업계에서 드물게 평사원 출신으로 파트너를 달았다. 두산공작기계,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롯데카드 등 굵직한 바이아웃 거래를 이끌며 평판을 쌓아왔다.
오랜 기간 내부 신망을 쌓아온 데다 눈에 띄는 투자 실패도 없었던 만큼 MBK에서의 앞길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그랬던 그가 결국 MBK를 떠나 독립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20년 만에 MBK와 결별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 부사장은 이날 MBK파트너스를 공식적으로 퇴사한다. 그는 이정우 전 베인캐피탈 대표와 손잡고 신생 PEF 운용사 고도파트너스를 설립할 계획이다. 사실 이 부사장의 퇴사는 재작년 말부터 흘러나왔다. 이 부사장은 "사실무근"이라고 얘기했지만 시장에선 시간 문제일뿐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지난해 4월 이정우 전 대표의 퇴사 소식이 전해지자, 두 사람이 함께 독립해 PEF를 설립할 것이라는 관측도 빠르게 퍼졌다. 당시 이 부사장은 퇴사를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MBK와의 협의를 거쳐 시기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MBK파트너스를 둘러싼 악재가 연이어 불거진 탓이다. 당시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홈플러스 회생 이슈, 롯데카드 보안 사고까지 겹치며 조직 안팎이 극도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지난해 5월에는 또 다른 핵심 인력인 박태현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났다.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이 부사장이 “현안이 일정 부분 정리된 이후 움직이겠다”고 판단해 퇴사 시점을 늦춘 것으로 보고있다.
롯데카드 보안 사고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김병주 MBK 회장도 구속 위기를 넘기면서 창사 이래 최악의 사법 리스크는 일단락되자, 이 부사장은 지금이 결정을 내릴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MBK 투자 방향에 이견
이 부사장의 퇴사는 개인의 창업 의지가 주요 사유로 꼽히지만, 이외에도 여러 판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하우스에 남았을 경우 기대할 수 있는 보상과 비교하면, 신생 운용사와의 격차는 상당해서다. 일각에서는 “수백억 원에 이를 수 있는 보상을 포기하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오랜 동료인 이정우 전 대표와의 동행 역시 시너지가 될 수 있는 동시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는 평가다.PEF 업계에서는 MBK의 현재 구조와 방향성 안에서 이 부사장이 지향해온 투자 방식을 구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둔다.
특히 MBK에서 전사적으로 집중했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는 이 부사장의 투자 스타일과 결이 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 인수는 상장사 인데다, 분쟁의 성격이 큰 투자였다. 이는 주가 흐름과 시장 반응, 미디어 이슈 등 변수가 큰 데다 다른 주주들과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구조였다. 이는 MBK가 강점을 보여온 전통적인 바이아웃과는 성격이 달랐다.
이와함께 이 부사장은 이전부터 “한국 시장에서는 라지캡보다 미들캡이 더 적절하다”는 문제의식을 주변에 공유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M&A 시장의 규모와 경쟁 강도를 감안할 때, 조(兆) 단위 자산은 인수 이후 추가적인 성장 여력이 제한적인 데다 회수 단계에서도 이를 받아줄 인수자 풀이 넓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지분을 많이 보유한 시니어 파트너들의 입김이 중심이 되는 건 당연하다”며 “그 방향이 개인의 생각과 다를 경우 독립은 충분히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MBK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형사 리스크가 지속되고, 금융당국 제재심, 국민연금의 출자 관련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당분간 한국 시장에서 투자를 이어가기 쉽지 않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MBK는 한국보다 일본 시장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새로 조성한 6호 바이아웃 펀드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 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고, 글로벌 연례총회(AGM)에서도 일본 시장이 주요 키워드로 거론되고 있다.
투톱 의기투합한 고도파트너스
PEF 업계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설립하는 고도파트너스에 적잖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정우 대표와 이진하 부사장의 인연은 단순한 ‘업계 인맥’에 그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96학번 동기로, 3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온 동문이자 친구다. 각각 맥킨지와 베인에서 컨설팅 커리어를 시작한 뒤 자본시장으로 이동했고, 이후 이 대표는 글로벌 PEF인 베인캐피탈에서, 이 부사장은 동북아 최대 PEF인 MBK파트너스에서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시장에서는 두 사람이 오랜 친분을 넘어 성향과 강점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조합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사업가적 기질이 강하고 대외 행보에 적극적인 이정우 대표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해외 LP 소통에서 강점을 보인다면, 이진하 부사장은 전략 설계와 투자 실행, 조직 운영 등 실무 전반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다. 서로 다른 색깔이 오히려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PEF와 동북아 최대 PEF 출신 인물이 투톱으로 나선다는 점만으로도 펀딩 측면에서는 분명한 강점이 있다”며 “사업 감각이 강한 이정우 대표와 전략·실행에 강한 이진하 부사장이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나눌지, 미들캡 바이아웃을 중심으로 어떤 색깔의 하
우스를 만들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최다은/송은경 기자 max@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