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클라우드가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선발전에서 중도 탈락했다. 중국산 모델의 인코더를 차용했다는 점이 결격사유로 판단됐다. '소버린 AI'를 주창했던 기업인만큼 네이버의 기업 이미지와 기술적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사업 탈락이 시장에서 '사망선고'처럼 작동할 수 있는 사업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프로젝트의 1차 단계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 컨소시엄이 탈락했다고 밝혔다.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컨소시엄 등 3개 팀은 2차 단계 진출을 확정지었다.
시장에선 5개 정예팀 중 1개 팀만이 탈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AI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던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은 최종까지 갈 것이라고 예상하던 사람이 많았지만 정부는 이례적으로 네이버클라우드를 포함한 2개 팀을 동시에 탈락시켰다. 모델 개발 과정에서 중국 알리바바의 AI 모델인 ‘큐원’의 기술(인코더 가중치)을 일부 차용한 점이 결정적 결격 사유가 됐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본질적으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지향하는 조건에서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이) 처음부터 스스로 직접 설계하고 학습을 하는 부분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자체 기술로 국가 AI 주권을 지키겠다’고 내세웠던 네이버가 정작 정부의 독자성 검증에서 탈락하면서 기술 신뢰도에 막대한 손상을 입게 됐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추진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소버린 AI 수출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 정부도 인정하지 않은 독자 기술’이라는 꼬리표가 해외 수주 경쟁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해외에서 국가 단위의 사업을 많이 하는 대기업인데 한국 정부가 떨어뜨린 AI 모델을 어느 국가가 채택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정부 사업 탈락이 시장에서 ‘사망선고’처럼 작동하는 독파모 프로젝트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평가를 통과하면 ‘K-AI’라는 간판을 얻고, 탈락하면 기술력·사업역량 전체가 부정되는 듯한 낙인이 찍히는 구조가 됐다는 비판이다. AI 생태계 구축을 위해선 ‘탑위너 육성’ 같은 설계가 필요한데 정부가 선별과 탈락 방식을 택하면서 이 과정에서 AI 기업들이 스크래치를 입는다는 얘기다.
'독자'라는 간판을 내건 정부가 독자성의 범위를 가중치·데이터·토크나이저·학습 레시피·아키텍처 중 어디까지로 잡는지 시장이 읽어낼 공인된 기준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AI 업계 관계자는 “국가대표를 뽑는 서바이벌로 설계되는 순간 AI 주권과 통제가능성, 장기운영 같은 정책 목표와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용하고 모듈을 조합해야 하는 기술 현실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가 명확한 기술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서바이벌식 탈락 구조만 고집하면서 국내 AI 생태계의 갈등만 키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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