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오전 11시께 서울 중구에 있는 남대문꽃종합상가. 예전이라면 졸업 시즌을 맞아 북적였을 시기지만 상가 안은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한산했다. 매장 주인들은 드문드문 오는 손님이라도 놓칠세라 "장미 싸게 가져가세요"라며 호객에 열을 올렸지만 정작 꽃을 사는 고객은 없었다. 70대 상인 최모 씨는 "졸업 시즌인데도 손님이 없다. 오전이 다 가도록 마수걸이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꽃 소비가 줄면서 국내 화훼시장이 빠르게 시들고 있다. 졸업식과 어버이날 등 전통적인 대목조차 옛말이 됐다. 소비 부진이 장기화하며 재배 농가 이탈과 공급 감소,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이라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졸업식 등 화훼업계의 전통적인 대목에도 시장은 한산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양재동 aT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절화는 지난해 1월 116만단으로 전년 동월(127만단) 대비 약 9% 감소했다. 어버이날·스승의날 등 꽃 관련 기념일이 몰려 있는 5월 거래량도 205만단에서 188만단으로 약 8% 줄었다.
화훼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근본적인 배경으로는 소비 패턴 변화가 꼽힌다. 고물가 기조가 길어지고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꽃이 소비를 줄여야 할 '사치품'으로 인식됐다는 설명이다.
남대문 꽃시장에서 만난 40대 주부 김모 씨는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해서 꽃다발을 사러 나왔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 멈칫했다. 어차피 한 번 쓰고 버릴 건데 사야 하나 싶어 망설여진다"고 귀띔했다.
임기병 경북대 원예과학과 교수는 "최근 수년간 인건비와 온실(하우스) 시설비가 급등하면서 생산비가 크게 늘었고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워진 농가들이 이탈하고 있다"며 "결국 화훼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구조적 악순환이 고착했다"고 지적했다.

조화, 인형 꽃다발 등 대체재가 다양해진 점도 화훼시장에는 위협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달 한 방송 시상식에서 축하용 꽃으로 생화 대신 장난감 꽃다발이 등장하자 한국화원협회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유감을 표했다. 이처럼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시장이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날 둘러본 꽃종합상가도 곳곳에 '임대 문의' 안내문이 붙은 공실이 눈에 띄었다. 한 상인은 "꽃집이 크게 줄었다. 옆집도 2년 전에 장사를 접고 나갔다"며 "남은 가게도 생화를 파는 곳보다는 보존화(프리저브드)나 조화, 포장재 등을 파는 곳이 많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효율적인 생산·유통 체계 구축이 시급한데 국내 업계는 이미 그럴 역량도 없다"며 "업계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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