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말 샌프란시스코 곳곳에 대형 광고판이 걸렸다. 카피는 ‘Stop Hiring Humans(인간 고용을 중단하라)’. 아래 부분엔 ‘Artisans won’t complain about work-life balance(아티즌은 워라밸에 대해 불평하지 않습니다)’와 ‘Artisans are excited to work 70+ hours a week(아티즌은 주 7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을 즐거워 합니다)’, ‘Hire Artisans, Not Humans(인간 말고 아티즌을 고용하세요)’ 등의 설명이 뒤따랐다.
광고주는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아티즌(Artisan AI)’. 회사가 개발한 영업담당 AI 에이전트인 ‘에이바(Ava)’를 홍보하는 광고였다. ‘사람보다 훨씬 싸고, 24시간 일하고, 불평도 안 하며, 성과도 좋은 AI 직원을 고용하라’는 거였다. 난리가 났다. AI로 인한 일자리 상실에 대한 공포를 상업적으로 활용했다는 이유에서였다.
1월 초 열린 ‘CES 2026’의 주인공은 AI를 장착한 사람 닮은 로봇(휴머노이드)이었다. 현대자동차의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사람같은 걸음걸이로 56개 관절을 사용해 360도 움직이고 50kg의 물건을 거뜬히 들어올려 감탄을 자아냈다. 현대차는 CES 2026 최고의 로봇으로 선정된 아틀라스를 2028년 생산 현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올 CES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의 분석대로 AI가 인식과 생성, 에이전트 단계를 거쳐 물리적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한발 더 나아가 “3년 안에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가 외과 의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교한 손놀림과 고도의 판단력을 요구하는 의료 영역마저 피지컬 AI가 차지할 것이란 얘기였다.
그렇다고 AI가 사람의 일자리를 무차별적으로 빼앗을 것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자동차와 컴퓨터가 대중화됐을 때도 비슷한 우려가 컸다. 하지만 아니었다. 운전사와 프로그래머 등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훨씬 많았다. 따라서 “AI가 당신의 일자리를 뺐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당신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젠슨 황의 예언은 옳아 보인다.
중요한 건 속도다. 다보스포럼(WEF)은 최근 ‘2030년 일자리의 미래’란 보고서에서 AI 발전 속도와 기술 숙련도를 축으로 네 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AI 발전 속도가 빠르고 사람들도 준비를 잘해 사람이 AI를 지휘하는 ‘초고속 발전(supercharged progress)’이 첫 번째다. 가장 이상적이다. AI 발전 속도가 완만하고 사람들의 준비도 차근차근 이뤄져 AI가 사람을 돕는 ‘함께 일하는 경제(co-pilot economy)’가 두 번째다.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긍정적인 고용 결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세 번째는 AI 발전도 부진하고 사람의 대처도 부족한 ‘정체된 발전(stalled progress)’이다. 최악의 경우는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사람이 따라가지 못하는 ‘대체의 시대(the age of displacement)’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AI에 일자리를 내주는 인간증발 현상이 나타난다.
루이스 캐럴이 지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는 ‘붉은 여왕(Red Queen)’과 함께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뛰었지만 제자리였다. 의아해하는 앨리스에게 붉은 여왕은 “여기서는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제자리에 머물려면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하고 다른 곳으로 가고 싶으면 두 배는 더 빨리 뛰어야 한다”고 말한다. AI가 완벽한 사람의 형태를 띠고 등장한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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