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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 주문한 신동빈 "오만함 경계해야"

입력 2026-01-15 17:08   수정 2026-01-16 00:57

“과거의 성공 방식을 버려라. ‘우리는 다르다’는 오만함을 경계해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처음으로 열린 가치창조회의(VCM)에서 사장단에 당부한 말에는 자기반성과 혁신 의지가 담겨 있었다. 신 회장은 내수 부진, 석유화학 불황으로 이중고에 빠진 롯데그룹의 쇄신을 위해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필요하면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작년 최고경영자(CEO) 20명을 한꺼번에 교체한 신 회장이 위기 타파를 위해 고삐를 바짝 좼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진 80명 중장기 전략 논의

롯데그룹은 15일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에서 ‘2026년 상반기 VCM’을 열었다. VCM은 매년 상·하반기 신 회장을 비롯해 사업군별 대표, 계열사 사장 등 80여 명이 전사 전략과 중장기 방향을 공유하는 행사다.

이날 VCM은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신 회장은 경영진에게 “과거 성공 경험에 안주하는 오만함을 경계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투자가 진행 중인 사업이라도 지속해서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진행된 사업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투하자본수익률(ROIC)을 거론하며 “수익성 중심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투자에서 ROIC와 같은 지표를 적극 활용해 투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사업별 선결 과제로는 식품은 핵심 브랜드 가치 제고, 유통은 상권별 맞춤 점포 전략을 통한 고객 만족도 극대화, 화학은 나프타분해설비(NCC) 구조조정 및 고수익 스페셜티 중심의 포트폴리오 고도화 등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추진 중인 사업도 전면 재검토”
롯데그룹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룹의 ‘쌍끌이’ 축으로 꼽히는 화학과 유통 부문이 지난해 모두 부진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 롯데케미칼은 7194억원의 영업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웰푸드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1.64% 줄어 1388억원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만 백화점의 호실적에 힘입어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 회장이 사업성을 엄격히 따지겠다고 밝히면서 과거 경영진이 추진한 사업들이 재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상현 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가 추진한 영국 오카도와의 기술 협력이 대표적이다. 롯데마트는 오카도와 기술 제휴를 하고 부산에 자동화 물류센터를 건설 중이다. 정준호 전 롯데백화점 대표가 이끌어 온 타임빌라스 프로젝트 역시 재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신 회장과 신 회장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를 비롯해 노준형·고정욱 롯데지주 공동대표, 정현석 롯데백화점 대표, 차우철 롯데마트·슈퍼 대표, 서정호 롯데웰푸드 대표, 오일근 롯데건설 대표 등 각 계열사 경영진이 참석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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